11월 26일. 일.
2006년도 마지막 가을의 고비에서 떨고 있는 단풍을 즐기러 무작정 길을 나섰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부산에서 가장 단풍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장안사로 향하였다.
여러 해 전부터 이곳 장안읍 좌천으로 4년간 출퇴근하며 인연을 맺어 온 장안사이지만
한번도 장안사 뒷산인 불광산과 시명산, 대운산을 제대로 밟아 보지 못하였는데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마지막 떨고 있는 한떨기의 단풍이라도 눈에 넣어 보고자 아침길을 나섰다.
장안사 뒤 척판암 입구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하니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도
등줄기에는 이내 땀이 흐르고 숨길은 가빠져 간다.
그러나 좌우에 도열한 붉고 노오란 잎을 달고 있는 수목을 바라 보니 눈은 온통 황홀경을 거닐고
화려한 수채화를 그리고 있는 산하는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있어 몸도 마음도 멋진 풍경화에 빠진다.
< 왼쪽이 시명산, 오른쪽이 대운산 정상이다>
20여분을 오르니 반대편 전망이 훤히 바라 보이는 능선에 섰다.
저 멀리 대운산, 시명산이 보이는 왼쪽으로 길을 잡았다.
다른 일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2시간을 오르니 큰나무 가지에 불광산 660m란 팻말이 달려 있다.
북으로 보이는 760미터의 대운산으로 갈까 하였으나 같은 길을 돌아 와야 할 처지이기에 왼쪽의 시명산으로 향하였다.
시명산 정상에 오르니 저 아래로 전부터 잘 알고 있는 명곡 저수지가 보이고,
좌로는 양산 매곡리에 조성된 양산 컨트리클럽이 흉물스럽게 보인다.
자연을 파괴하여 만들어진 골프장에 대한 원망을 가득 안고 다시 왼쪽으로 발길을 돌려 계곡으로 하산을 한다.
가파른 경사길에 무릎이 시리고, 낡은 등산화탓인지 자꾸 미끄러져 조심조심 내려 온다.
젊은 혈기는 어디 가고 이제는 몸을 사리는 중년의 노을빛에 젖어 들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한참을 내려 오니 계곡에 다다르고 곳곳에 서 있는 붉은 단풍나무가 단풍의 진수를 보여 준다.
정상에서는 칙칙하게 말라 버린 낙엽이 이곳에서는 아직도 아름다운 빛깔로 곱게 장식되어 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일 주일에 200미터씩 단풍이 남하한다는 말이 맞는가, 아래로 내려 올수록 싱싱한 빛깔이 곱게 드리운다.
차도가 있는 계곡으로 내려 오니 토종닭과 염소고기를 파는 음식점도 보이고,
단체 행락객들이 한잔의 술과 노래로 골짜기를 메우고 있다. 옥에 티랄까, 인생의 여유라고 할까...
붉게 물든 산하에서 한잔의 곡주도 기울이고 싶으나 아쉬운 발길을 재촉하여 본다.
한참을 걸어 장안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3시 30분이 되었건만 아직도 들어 오는 차량이 끊이지 아니하고
붉고 노오란 차림의 행락객이 뒤섞여 단풍과 함께 인산인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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