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장기만큼은 시골에서 생활하게 하고 자연 속에서 자라는 것이 무엇보다 더 큰 교육이라고 생각해서 시골학교로 내려왔는데, 이젠 자신들의 삶까지도 바뀌게 했다. 땅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신나고 재미있게 살자"는 생각으로 알콩달콩 살고 있는 김씨 가족은 처음 내려올 때 간직한 그 자연교육에 대한 꿈을 접지 않고 우뚝 설 수 있을까. 작은 학교 통폐합이라는 태풍이 이 마을에 불어오면 이들의 상심은 얼마나 클 것인가. 그래서 이 가족은 학교를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우리두리농원(www.acefarm.com)을 엮어가는 김상구씨 부부는 1500평 하우스와 1000평 논 농사가 전부다. 이곳에서 딸기, 수박, 풋마늘, 배추, 양파, 청양고추를 재배한다. 농사 맛을 알아가면서 유기농을 통해, 땅을 통해 배우는 것도 남다르지만 그보다 아이들 커가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자연과 일치해서 살아가면 사람도 절로 커가는 것 같다. 요즘 이들은 사는 보람이 난다. 왜 그토록 복잡한 도회지에서 오랜 기간 살았는지 후회가 막심하다. 시골 동네는 책도 부족하고 문화도 시간도 많지 않지만 이들은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짬을 많이 내려고 한다. 일하다 말고 집으로 들어가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장구 배우러 다니기도 하고 영화를 보러 훌쩍 시내로 나간다. 작은 것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대한 따뜻한 눈길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다. 농사 짓는 사람들도 자식농사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농사지어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아이들이 조금만 크면 모두들 대도시로 보내거나 이사를 가는데 이래서는 농촌 인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촌학교를 살리고 학생들을 잡아두어야 농촌도 살고 세상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이들은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전교생이라 해봐야 20명, 3학급이므로 부모들이 참여하기도 좋고 아이들 효과도 매우 좋다. 과자 등 유해식품에 대한 강의라든지 농사에 대한 얘기들은 학부모 몫이다. 학교운영에 부모 생각이 많이 반영되도록 자주 학교에 간다. 작은 학교지만 모범학교로 운영되고 있고 보람을 찾고 있어 이들의 시골살이에 무게가 더한다. 그저 통폐합이라는 소리만 안나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아이들 건강도 살리고 농촌을 살릴 대안으로 친환경농산물 학교 급식을 위해 뛰고 있다. 1동이 180평인 하우스 6동에 딸기 위주로 농사를 짓다가 이젠 3동으로 줄이고 나머지 동에는 배추와 풋마늘을 심었다. 여름에는 마늘을 겨울에는 곶감을 유통하기도 한다. 겨울에는 5도 이하로만 안 떨어지게 수막재배로 한다. 딸기는 러너를 받아 삽목해서 쓴다. 작은 평수이지만 생활은 충분히 된다고. 연수입은 4000만~5000만 원 정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처음엔 직거래 위주로 하다가 지금은 개인 홈페이지, 신시와 전주 유기농매장,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북지회에서 운영하는 소비자고발센터 같은 곳으로 나간다. 풋마늘은 하나로마트로 간다. 며칠 전에는 청와대로 딸기가 나가기도 했다. 딸기 막바지에는 소비자들을 불러들여 딸기 따가기 체험행사도 한다. 그래도 남는 것은 딸기잼과 효소를 담는다.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는 양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올해 2월까지는 서울 대치동과 분당 이매촌, 동부이촌동, 인천 아파트 촌에 딸기를 일주일에 두 번씩 들고가 직거래를 하기도 했다. 신선한 농산물을 곧 바로 식탁에 올리고자 하는 이들의 바람 때문이었다. 한 8년 정도 이런 직거래를 했는데 너무 힘이 들어 지금은 중단한 상태다. 97년에 이곳으로 귀농해 8년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무경운으로 농사 지어도 될 만큼 땅이 좋아졌다. 내려오기 전에는 출판사에서 근무했다. 서울이 고향인 아내 오현주(44)씨도 출판사에서 만났다. 막연히 마흔 넘으면 시골에 가서 농사짓겠다는 생각과 아이들 초등학교는 시골에서 키워보자고 결심하고 있던 차에 캐나다에서 치과의사하던 친구가 들어와 함께 시골로 가자고 꼬드겨 결행을 했다. 그런데 친구는 1년 만에 떠나고 이곳을 그가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초창기에는 농민운동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학교 일에 푹 빠져 있다. 논을 경지정리한 밭이라 초창기에는 물빠짐이 안 좋아 신발이 연신 빠졌다. 한 2~3년 고생을 많이 했다. 처음엔 일반 푸대비료와 화학비료를 소량 쓰기도 했는데 5년 전부터는 흙살림 균배양체를 평당 2kg 이상 넣고 흙살림골드, 활인산골드, 태양토로만 농사짓고 있다. 아카시아, 쑥 천혜녹즙, 한방영양제, 활인산, 균배양체, 생선아미노산, 당귀, 목초액 따위가 김상구씨가 쓰고 있는 자재들이다. 어분, 계분, 쌀겨, 콩가루, 깻묵가루, 흑설탕, 전분, 톱밥, 쌀가루, 혈분, 효소 따위를 1개월 이상 발효시킨 미생물액비를 사용하고 흑설탕, 검은콩 삶은 물, 바이이엠 효소를 1개월 발효시킨 흑설탕효소도 쓴다. 천적도 넣어준다. 딸기 딸 때만 사람을 좀 얻고 모두 가족농으로 한다. 다품목 소량 생산의 전형이다. 그래도 네 식구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 점차 딸기 농사의 비중을 줄이고 딸기모종 농사로 대체할 생각이다. 딸기밭 한 귀퉁이에는 시금치 등 여러 가지 작물이 듬성듬성 심겨져 있다. 모두 가족 식탁 자급용이다. 풋마늘은 왕겨멀칭을 하고 생선아미노산, 액비, 유산균, 막걸리를 열흘 간격으로 쳐준다. 멀칭 전에 대나무 밭에서 토착미생물을 채취해 발효시켜 쌀겨와 함께 뿌리고 유박을 평당 1kg 넣어준다. 한방영양제를 10일 간격으로 3회 엽면시비하고 1주일에 한 번 유산균, 바실러스(메주균, 한국균), 섞어띄움비 액비를 관주한다. 가족 먹을 쌀은 자급하자고 생각해 5마지기 쌀농사를 짓는데 쌀겨농법으로 하다가, 손으로 풀을 매다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짓고 있다. 올해 11가마 했으니 자급하고 남는다. 유기농 하면서 환경에 대한 의식도 자랐다. 아이들도 밭으로 자주 와서 농사 일을 도와줘 힘이 난다. 농촌이, 농사일이 힘들다고 아이들에게 일을 안 시키는 부모들이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될 일이다. 부모 하우스 위치도 모르는 아이들도 있으니 큰일이다. 그래서 김씨는 틈만 있으면 아이들에게 일을 시킨다. 부모가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교육 아니겠는가. 그렇게 아이들이 일을 하거나 집안일을 도우면 아르바이트 비용을 주거나 함께 영화를 보러 간다거나 하면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준다. 이젠 아이들도, 부모도 서울로 가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 모처럼 올라가 보면 서울 가는 길목부터 답답하단다. 지금 유통이 제일 힘이 든다. 퇴비나 박스 보조도 좋지만 농부들이 직접 판로를 개척하는 어려움을 감안해 쉽게 유통될 수 있는 친환경농산물 유통장소나 대행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팔기 어려워 환경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으니 빨리 대책을 세울 것을 주문한다. 또 한 사람이 많은 농지를 소유하게 하면 안 되므로 농지구입제도를 개선할 것도 주문한다. 소농이나 후계자 아닌 사람은 농지구입이 참 힘이 든다. 귀농하는 사람도 처음부터 농지를 구입하려고 하지 말고 일정한 소득이 나올 때까지는 농업기반공사 같은 곳의 농지은행을 잘 이용하라고 충고한다. 지금 그들은 주변 젊은 농가들과 물물교환도 한다. 자신의 딸기와 딸기잼을 이웃 농사의 버섯, 쌀, 계란과 바꿔서 먹는다. 그런 가족 5가구가 모여 ‘비움’이라는 영농법인도 결성하려고 한다. 서로 교류를 자주 하고 판매 마케팅을 공동으로 하려고 한다. 그래서 소득도 높이고 안전하고 좋은 농산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은 일에 치여서 다른 것을 돌아볼 여유가 잘 생기지 않아 자신의 가족이 지을 수 있는 만큼만 농사를 짓고 살자는 생각이 든다. 먹고 사는 만큼은 다 하늘이 주실 것으로 확신한다. 남는 것은 환경뿐이니 환경을 살리고 보존하는 일을 가장 우선에 두겠단다. 김씨 식구 네 명은 우리두리농원에서 사는 법을 배우며 행복을 느낀다. 함께 일하며 수확의 기쁨을 그리는 소박한 얼굴, 행복한 웃음들. 가장 소중한 것들을 살아가는 동안 지키며 살겠다는 이들의 삶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 그들을 보고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린 얼마나 행운인가. 작은 학교를 지키는 이들의 큰 꿈이 큰나무가 되어 시원한 숲그늘을 만들 것을 우린 믿는다.
|
출처 : 토지사랑모임카페
글쓴이 : 김선달 원글보기
메모 :
'지속가능한 귀농귀촌 > 귀농귀촌 성공사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귀농을 하니까 좋은일도 생기네요. (0) | 2008.01.26 |
---|---|
[스크랩] 좀더 일찍 귀농했더라면 ... (0) | 2008.01.26 |
전북 진안 김영삼 백지은 씨 부부 (0) | 2008.01.23 |
지리산약초학교 여성농업인 허은선 대표 (0) | 2008.01.23 |
전통장류 여성농업인 이승희씨 (0) | 2008.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