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에 관광 접목하면 상승효과 쏠쏠하겠죠”
“관광객들이 낙안읍성만이 아니라 우리 과수원에 찾아오도록 하는 게 바람이자 장래 계획이지요.”
결혼하면서 배농사를 시작한 30년 경력 박정숙씨(57·전남 순천시 낙안면 이곡리)의 꿈은 농업과 관광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하얀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흩날리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들이 잘 모르잖아요. 또 열매 솎고 봉지 씌워보며, 수확의 기쁨도 맛볼 수 있는 과수원은 좋은 휴식처이자 교육장으로 훌륭하다고 확신합니다.”
박씨가 관광객과 도시민들을 자신의 과수원으로 불러모을 계획을 자신있게 말하는 이유는 전문 농사꾼으로서 어디에 내놓아도 최고의 배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배를 만들기 위해 천적을 이용한 해충 방제와 함께 쑥·아카시·진달래 등의 발효액을 이용한 자연농법을 실천, 2001년에 1만9,800㎡(6,000평) 과수원 전체를 무농약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부터는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에 참여, 재배이력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해도 비가 많이 내려 당도가 예년만 못한 올해 같은 경우 상당량을 상품이 아닌 배즙 가공용으로 돌린다.
사실 낙안읍성으로 유명해지기 훨씬 이전부터 이곳은 달고 수분이 풍부한 〈낙안배〉의 산지로 명성이 높았다. 일교차가 심하고 일조량이 풍부한 남부지방 분지의 특성 때문이다.
박씨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배는 거의 직거래로 소진돼 판매 걱정이 없다. “도매시장에 직접 출하도 해봤지만 돈이 되지 않더군요. 그러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파는 시대가 왔고, 농산물이라고 팔지 못하랴 싶어 홈페이지를 만들게 된 것이 계기가 됐지요.” 남편과 두딸·중학생 아들까지 머리를 맛댄 가족회의에서 아이들의 주장대로 〈배꽃 피는 마을〉로 농장 이름을 짓고, 딸이 직접 홈페이지를 구성해준 것이 2001년. 홈페이지 방문자에 대한 성의 있는 답변과 대화가 쌓이면서 방문자들이 일하는 기업체의 임직원들로부터 주문을 받게 됐고, 해를 거듭하면서 단골로 굳어졌다.
또 100여명의 회원 가족을 초청, 봄이면 배꽃 축제를 열고 자신의 이름표를 붙인 배나무를 직접 돌보도록 하는 체제를 만들면서 시장에 내다 팔 물량이 없어진 것.
“파란 이끼가 낀 수령 100여년생에서부터 50~60년 된 배나무들이 흩어져 있는데, 이들 나무를 모으고 수형을 다시 관리해서 나무를 보고 있기만 해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도록 과수원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라는 박씨. 올해 시로부터 교육체험장 지정을 받아 시범운영을 거쳤고, 내년 본격화될 것에 대비해 교재 제작을 마친 그는 요즘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법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박씨는 ‘농장경영을 하고 싶다’는 희망과 의욕을 갖게 해준 가족, 특히 남편 김용화씨(60)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고. “공부하다보니 희망이 절로 솟아난다”며 활짝 웃는 그는 한국벤처농업대학을 먼저 수료한 남편의 권유로 4년 전 벤처농업대학을 다니면서 교통사고로 인한 우울증에서 벗어났고, 또 이를 계기로 서울사이버대학 3학년 학생으로 뒤늦게 공부의 즐거움도 만끽하고 있다. ☎010-9221-6787.
순천=장수옥 기자 sojang@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