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전원생활을 생각하던 중에
다니던 회사 상황이 안좋아진 관계로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했습니다.
곧 40대가 되는 나이인데 하던 직종에서는 마땅한 일자리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렇게 시간 보내다가 집사람이 뜬금 없이 용인에 있는 집을 경매로 낙찰 받았습니다.
그 사람 생각에는 나를 위해서라고 그랬다지만,
제가 귀농해서 하고 싶은 일은 약초, 버섯, 삼 등과 관련된 일이었는데
그 지역 여건은 그저 논농사, 밭농사 짓는 정도 밖에는 안되었습니다.
가진 돈 다 털어서(서울 집 정리가 안 되어서 담보대출로 겨우겨우 집 값만 처리)
내려갔고 그곳은 이미 논과 밭 값 시세가 평당 30-40만원대였습니다.
(1000평이면 3-4억이 듭니다. 그렇다고 그걸로 먹고 살 수도 없죠)
더군다나 농사지은 경험도 없는 사람이니 뭘 할 줄 알겠습니까?
처음엔 앞 마당에 겨우 텃밭이나 가꾸는 정도였는데 그건 먹고 사는 것하고는
관련도 없이 시간 죽이는 소일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전에 하던 일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강북에 있던 회사에 다녀오는 게 너무 힘들더군요,
작업상 밤 늦게 돌아와야 하니 차를 끌고 다니는데.... 기름값 장난 아니게 먹히고...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교통이 막히면 왕복 5시간 잡아도 허덕입니다).
그것도 몇 달 하다보니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원했던 생활과는 전혀 딴 판의 피곤한 생활이 되었습니다.
귀농에 대한 대비 지식도 없이 무작정 집만 마련해버린 집사람이 원망스럽더군요.
(이곳은 아니야! 대체 여기서 뭘 하라는 것이지? 남편 말은 제대로 들어보기라도 하는 거야?)
상황은 점점 안좋아졌습니다.
땅 문제로 마음 사람들과 불화가 생기다보니(우리 사유지를 마을 사람이 쓰고 있었는데
이걸 내가 다시 이용하려고 하다보니 다툼이 생겼죠) 사이도 안좋아지니
경제적인 것을 떠나서 정이 떨어지고 도저히 살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얼마 후 신갈 초등학교 앞에 집사람이 학원을 열게 되었고(학원쪽 경력이 꽤 됩니다.)
저는 한참 뒤에 매형 일을 돕다가 지금은 분당쪽에 보청기 매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지금....
용인 집은 2년간 방치된 상태죠. (며칠에 한번 개 밥 챙겨주러 가는 신세...-.-;;)
자리잡히면 다시 돌아오려고 놔뒀는데(세금 문제도 있지만)
멀리서 일하다보니 그 생각도 점점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집은 매물로 내놨고...
이렇게 무계획 무대책 귀농 생활이 끝나갑니다.
그런데!!! 헉.... 무대책 귀농 2탄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집사람이 처가집과 공동으로 양평쪽에 있는 경매 물건(산)을 잡아버린 겁니다.
장모님이랑 공동으로 하는 일이니 장모님에게 드러내고 반대도 못하고.... -.-;;
집사람에게만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그놈의 덩고집!!!
장모님과 집사람은 몇 년 후에 그곳에 집 짓고 살겠다 하는데(지금은 개발제한지역)
노무현 정권의 장미및 계획을 듣는 것 같아서... 한숨만 나오네요.
귀농하려면 일단 부부간에 충분한 대화와 조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저 시골에 집 사고 땅산다고 귀농이 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나 잘하라고요? 아... 네네. 맞습니다. -.-;; 제 잘못입니다.)
참, 어느 분이 용인집에 전세를 줄 수 있는지 문의하더군요.
정리해야 할 상황이라 그렇게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생각은 참 좋더군요.
아이들 통학도 생각하고, 사전에 그런 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싶어서
전세를 구하는 것 같았습니다. (<--- 굳 아이디어!)
아이들 있는 집은 반드시 통학을 생각해야 합니다.
(거리가 20-30분 거리가 더 된다면 학원에 보내세요. 학원차가 통학 시켜주니 그게 편하고
경제적입니다. 저는 제 자동차로 통학시켰는데 할 일 없으니 그게 가능했지...
일하는 사람이라면 못할 짓입니다. 뭐, 부인이 운전해서 아이들 통학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아이들이 심심하지 않게 하려면 학원에 보내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겁니다.)
그리고 굳이 집을 사야만 시골에 정착하는 것은 아니죠.
시골에 보면 빈집도 제법 있습니다(예쁜 전원주택도 있고 아담한 농가주택도 있습니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전세를 마련할 수 있으니 초기 부담을 줄이면서
귀농을 하시던지 전원생활을 즐기시던지 하면 됩니다.
글을 쓰다보니 옆 길로 새는 느낌이 듭니다. (벌써 샜나?)
용인이 아니더라도, 양평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저는 귀농을 할 겁니다.
그 때는 진짜배기 귀농이 되도록 사전 작업을 충실하게 해야겠죠.
지금은 일단 벌린 일(보청기 매장)을 안정화 시켜야 하겠지만요.
아무튼 아이들도 다 자라면 귀농 부담이 훨씬 덜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그럼 이만, 즐거운 하루 되소서~
분당에서 오상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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