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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삶 귀농귀촌/귀농귀촌 성공지침서

[스크랩] 텃밭즐기기

 

텃밭 : “텃밭”은 집에 딸려있거나 가까이 있는 밭. 따라서 심심풀이로 농사일을 하는데 알맞은 밭이며, 밭이 아니고 논일 경우에는 “텃논”이 된다. 텃밭이든 텃논이든 집이 주이고 밭이나 논이 종이니 전업농의 농사용이 아니고 심심풀이로 농사하여 식구들이 먹을거리를 얻기에 적당한 크기의 밭이라 하겠다. 나의 텃밭은 집에서 원거리에 있고 크기도 꽤 되지만 취미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소출도 그야말로 텃밭 수준이라 농장이라 할 수 없고 텃밭임에 틀림이 없다.

 

농촌에 땅을 좀 사고 난 후에 텃밭 일을 하느라고 애를 쓰며 즐긴 지가 이제 3년차이다.

첫해에는 밭을 매입한 상태 그대로 되는대로 고추, 고구마, 콩, 호박 등 열댓 가지의 농작물을 시험 삼아 심어보았고, 두 번째 해는 땅을 추가로 구입하여 공사를 하고(텃밭에 엄청 많이 있는 돌을 밭의 경계를 둘러쳐서 조그만 농장의 모양을 갖추도록 함) 텃밭을 까뒤집어 놓는 바람에 농사면적은 커졌으나 소출은 형편이 없었다.

더구나 텃밭의 물기를 잡지 못하고 물의 흐름을 몰라 질은 땅에 고구마를 심는 바람에 뿌리털 붙은 고구마 몇 개를 얻어내는 해프닝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농사일의 결과가 한심한 지경이었다.

2년간의 텃밭 이천삼백여 평의 장난 같은 농사와 관찰로 밭의 전체적인 특성과 물의 흐름을 파악하고 나니 배수와 경사 고르기의 필요성을 느껴 텃밭 내에 400여 미터에 달하는 배수로를 평균적으로 2미터 상당 깊이로 파서 땅 속 물길을 완전히 잡았다. 그리고 텃밭에서 포클레인으로 골라내어 배수로에 사용하고 남은 돌들을 차후에 집을 지을 때 쓰려고 한쪽 귀퉁이에 모아놓았다.

그러한 경계선 돌쌓기와 지하배수로는 일반적으로 텃밭에 불필요한 것으로, 이는 어디까지나 텃밭에 앞으로 집을 두 채(텃밭이 친구와 공동소유임)짓고 텃밭의 모양을 각자 취향에 맞추어 디자인하여 만들어 갈 것을 고려하고 주변의 자연적인 생김새를 살려 마음에 드는 텃밭을 만들기 위하여 시도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분 좋은 소득이 있었다. 샘물을 네 군데나 찾아 연못 두 군데로 각기 지하배수로를 따라 흘러들게 하고 사시사철 연못의 물이 개울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게 만들었다. 이러한 모양 좋은 생태연못은 텃밭에 샘이 있고 어느 정도의 경사가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관정을 파거나 개울물을 끌어들이는 별도의 수고 없이 텃밭 가꾸기에 충분한 수량이 덤으로 확보가 된 것이다.


올해는 지난 두해보다는 텃밭농사를 하기에는 좀 편한 여건이 되었으나 텃밭에 깔리고 박혀있는 작은 돌(포클레인의 석발그릇을 통과한 어른 주먹만한 놈들)이 지천이라 텃밭의 모양을 만들고 밭을 일구느라 고생을 좀 하고 있다.

텃밭의 일이 고달프고 손이 거칠어지며 굳은살이 박혀가지만, 땀 흘리며 하는 일이 재미있고 단순한 일에 몰두함으로써 퇴직과 투자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을 벗어나 마음을 정히 할 수 있어 좋다. 요즈음은 몸과 마음의 활력소역할을 텃밭생활이 맡고 있다.

그러나 텃밭생활로 소득을 얻을 수없는 것이기에 내가 즐기기만을 할 수는 없으며, 마누라가 생계를 꾸려가느라고 고생하는 것을 바라볼 때에는 내가 뭐 부질없이 이러고 호미질이나 하고 있어야 하는가하며 어쩔 수없이 이따금 고민을 하게 된다.

허나 나의 성질이 좀 고약하고 같지 않은 자존심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기도 싫고 누가 시켜준다고도 하지 않으니 현 상태에서 대안이 나올 수가 없다.


그렁저렁 텃밭생활 3년차에 이래저래 느낀 점이 좀 있어 정리해본다.


1) 왜 텃밭을 가꾸는가?


텃밭에 몰두하다보니 몸과 마음이 편함을 느낀다.

사람과 사건에 부닥치는 복잡하고 골치 아픈 것이 아닌 농사와 물과 공기 좋은 시골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좋은 요소가 된다.

누구나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는 텃밭에 가서 며칠을 지내면 우선 눈과 가슴이 시원해진다.

맑은 공기에 코도 상쾌해지니 온몸에 기가 실리어 심신이 가벼워진다.

거기에 적당한 육체적 노동과 그에 따른 노폐물의 방출은 나이 들어 자칫 빠지기 쉬운 무기력증을 날려버린다.

오래전부터 탈도시를 꿈꾸어온 지라 본격적인 시골생활을 하기위한 준비단계인 텃밭 가꾸기만으로도 마냥 즐겁다.

현재의 상태로는 텃밭 가꾸기로 일정한 소득을 올려 귀촌 이후의 생활을 보장한다고 할 수는 없으나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기고 있어 마음이 편해지고 앞으로가 기대된다.

나는 프로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농사지식과 열정이 부족하고, 농사로 돈을 벌 배짱 또한 없어 농사에 위험부담을 걸 수도 없으니 아마로써 지내야한다. 그러니 농장이 아닌 텃밭을 가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은 텃밭생활은 취미생활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즐기기 위하여 텃밭을 가꾸게 된 것이다.

(도시에서 돈을 많이 벌지 못한 사람이 시골에 가서 큰돈을 벌수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쫓겨나 농사로 한탕을 잘하여 부자가 되는 꿈을 꾸며 농사를 시작하지만 많은 이들이 실패하고 인생을 한탄한다.

내 보기에는 농사는 투기로 하는 대상이 아니다.

농사로 큰 부자가 된 사람은 하늘이 선택한 사람들이며, 그러한 만석지기는 농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여도 부자가 될 사람들이다.)



2) 텃밭의 선택


귀촌의 형태에 따라서 결정이 되어진다. 지역의 특색(고도, 기후, 위치 등)이 고려되어야함은 물론이다.

엄격히 말하여 귀농이 아닌 귀촌에 해당되는 경우는 토질의 좋고 나쁨보다는 텃밭이 자리한 고도, 기후, 위치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내 텃밭 옆쪽에 자리한 사람은 전원주택을 아주 잘 짓고 텃밭을 가꾸며 지내고 있는데 왜 그곳에 집짓고 사느냐 물었더니 땅의 좋고 나쁨 이전에 큰 병원에의 접근성이 좋은 오지를 찾아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전혀 자동차소리, 사람소리 등 인위적인 소리가 안 나는 시골임에도 커다란 종합병원 까지는 15분이 채 안 걸린다. 그 사람은 나이가 육십 후반인데 심장이 안 좋아 시골생활을 하며 텃밭을 가꾸고 있다고 했다.

단순하게 소규모로 농사를 할 것인지, 휴양의 목적을 갖고 있는지, 전원주택이나 별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투자나 상업목적을 갖고 있는지 등 각자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선택이 되어져야 좋은 텃밭이 되는 것이다.


3) 텃밭을 소유하여야 하는가?


땅의 소유로 타인의 간섭이 없이 마음대로 땅을 이용할 수 있고 차후의 재산가치의 증대를 꾀할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시골에 가면 땅과 집이 널려있어 적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편하고 좋은 곳은 예외이지만 좀 불편을 감수한다면 귀농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한다는 것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아주 적은 돈으로도 텃밭과 주택을 빌릴 수가 있다. 물론 도시의 고급아파트 같은 주택을 시골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구할 수는 없다. 그러한 걸 찾는 사람은 시골생활을 하며 텃밭을 가꿀 수가 없다. 도시의 단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시골에서 인생을 묻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텃밭의 소유여부는 귀촌하는 이의 경제적 능력과 가치판단에 의하여 결정되어질 문제이다.

단, 언젠가는 늦어도 귀촌을 하여 텃밭을 가꾸겠다는 소신과 시골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가 된 사람이라면 조금 무리가 되어도 텃밭을 소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시골 땅은 가격이 제멋대로이다. 같은 땅이라도 내가 팔려면 평당 5만원이고 사려면 10만원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급해서 팔려하면 평당 5만원 준다하고 팔짱끼고 눈 감고 있으면 평당 10만원 주겠다고 성화를 부린다. 막상 팔려고 해도 제때에 팔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니 시골에 있는 텃밭을 가지고 팔자를 고치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건 어리석은 사람이나 할 일이다.


4) 텃밭에서 무얼 가꾸는가?


텃밭을 가지고 나서는 무지 바빠진다.

우선 봄이 되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눈이 피곤해진다. 농사 책 펼쳐보고 종묘상에 들러 씨앗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다. 정신없이 이 종자 저 종자 사다가 보면 가을엔 반이 더 남는다. 남지 않게 파종하고 이식하다보면 세월만 가고 잡초만 우거진다.

욕심을 버릴 일이다.

가능하면 단순하게 그리고 적게 심으면 육신이 편안하고 소출도 무난하다.

프로가 아닌 아마는 농사를 즐기는데 비중을 두고 수확에 욕심낼 일이 아니다. 많이 수확한다 해도 제대로 팔수가 없으며, 결국 여기저기 자랑하며 아까운 마음으로 나누어 주는 게 고작이다. 받는 이가 고맙게만 생각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벌레가 먹었느니 모양이 안 좋다니 하며 타박하고는 나중에 음식물쓰레기통에 넣어버리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이 남의 마음과 같지가 않은 것이다.

이력이 어느 정도 붙을 때까지는 가꾸는 종류를 줄이고 가꾸는 면적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러다 보면 텃밭에 알맞은 농작물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며 여유롭게 텃밭 가꾸기를 즐길 수 있다고 본다.


5) 텃밭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텃밭을 한 덩어리로 한 가지 농작물을 심는 건 재미없는 일이다.

텃밭이 백여 평이든 천여 평이든 조그만 밭을 이십여 개로 쪼개어 모양을 내고 고랑을 확실하게 내어 배수가 잘되게 만들고 좁은 폭으로라도 농로를 만들면 텃밭이 예뻐진다. 땅 예쁘라고 텃밭 가꾸는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텃밭을 디자인하는 것이 모양을 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모양의 농작물을 효율적으로 가꾸는 요령이 되기도 할 것이다.

돌려짓기나 휴경, 궁합 맞는 작물을 적절하게 배치하며 가꾸는 등의 노력과 배려가 있어야 어느 정도 취미의 수준에 오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천여 평이 넘는 내 텃밭은 아직도 모양을 내는 중이지만 내년 까지는 텃밭디자인을 끝내려한다. 20여 개의 크고 작은 밭으로 쪼개고 농로를 모양 좋게 그리고 가능한대로 좀 크게 내고 부정형의 밭을 여기저기 만들어 텃밭 전체의 모양과 잘 어울리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프로들이 보면 쓸 데 없는 우스운 일이나 취미로 즐기는 아마에겐 가치가 있는 일이다.


6) 텃밭에서 유기농을 할 것인가?


프로에게 완전한 유기농을 하라고 요구한다면 무리라고 할 것이다.

유기농을 하여 생산된 작물을 프로가 만족스런 가격으로 팔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다. 유기농 자체도 어렵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기농을 하여도 결과적으로 만족하질 못하여 유기농을 계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텃밭 가꾸기를 즐기는 아마는 유기농을 하여야 제대로 농사를 즐기는 것이 되고, 유기농을 하지 못하면 즐기는 것이 반감되며 공연히 프로를 흉내 내는 꼴이 된다. 프로와 같은 관행농법으로 텃밭농사를 하느니 차라리 육신이 편하게 지내며 프로가 만든 농작물을 사먹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유기농은 농사를 몇 해고 망칠 수 있다고 각오하고 시작해야 된다.

그러니 텃밭농사에 해당되는 기가 막힌 농사방법이다. 텃밭농사 몇 년이고 망친다한들 아마들에겐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

소출에 대한 욕심을 접고 꾸준히 하면 점점 나은 소출을 얻을 것이고 애를 써서 얻은 농작물이 그렇게 예쁘고 좋을 수가 없다.

텃밭농사 도중에 고추가 병들고 감자에 벌레 생기고 잡초 때문에 농사 안 된다고 약을 조금씩 치다보면 유기농은 물 건너간 꼴이 된다.

내 텃밭의 고추 삼백여 그루는 열 중 아홉이 병이 들었고 작고 적게 열리지만 대부분 아주 싱싱하다. 텃밭 가는 길에 있는 프로의 금년 고추밭은 역병으로 망친 곳이 무수하다.

살균제. 살충제를 때맞추어 꼬박꼬박 뿌려주고 잡초를 싹쓸이 죽여도 병든 밭을 구제할 수 없지만, 병충해에 무식한 아마의 텃밭 고추는 병들어도 다시 소생하는 끈질긴 면이 있다. 금년 고추농사엔 작년까지 사용하던 목초액, 식초, 우유 등을 한 방울도 쓰질 않았다. 그래도 현상은 아직까지 만족이다.

작물의 생명력과 자연치유력은 종자와 영양분도 영향을 주겠지만 땅심이 살아 있어야 효과적으로 발생이 된다고 본다.

텃밭에서는 땅심을 살리는 유기농을 하기가 알맞고 위험부담도 없기에 선택하기 좋다고 보며, 결과적으로 안심하고 즐기는 먹을거리를 얻는 기쁨이 배가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텃밭 가꾸기를 즐길 사람은 화학비료, 제초제, 살균제, 살충제를 아예 만질 일이 아니다. 나의 경우는 비닐멀칭 조차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웃기는 이야기지만 농작물의 병충해에 무식해도 좋다고 본다. 아마의 입장에서는 병든 텃밭의 농작물은 없애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깔겨두면 강한 놈들은 알아서 소생하니 신경 쓸 일이 없다.


7) 텃밭에 잡초를 없앨 것인가?


텃밭의 잡초는 유기농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텃밭에 잡초가 없다면 그 텃밭을 가꾸는 사람은 유기농을 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의 흉내를 내는 서투른 아마인 것이다.

농사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잡초 때문에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제일 독한 농약인 제초제의 생산과 판매량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장된 이야기지만 우리는 제초제로 야금야금 인생을 까먹어가고 있으며 결국은 제초제가 잡초를 없애기보단 사람을 잡게 되리라는 것이다. 인생을 포기한 농부들이 제초제를 마셨다는 이야기는 흔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요즘엔 독성이 거의 없다는 제초제가 판매되고 있다고 들었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그 제초제를 만드는 회사 사장이 한 사발 들이키는 걸 보지 않고는 믿을 수가 없는 일이다.

잡초인 풀도 생명이다. 간단히 이야기하여 풀을 죽이는 제초제는 생명을 죽이는 독약이다. 따라서 밭에 제초제를 뿌리는 건 독약을 뿌리는 것이니 좋을 리가 없는 것이다.

제초제를 대신할 노동력이 한없이 비싸니 인부들을 사서 풀을 뽑다가는 농사로 망하게 된다. 프로들이 어쩔 수없이 제초제를 쓰는 것이지 제초제가 좋아서 쓰는 것이 아니다.

제초제와 농약, 그리고 화학비료를 뿌리면 밭 흙 속의 미생물과 벌레들도 없어진다. 그래서 땅심이 사라지고 밭의 흙은 죽은 흙으로 변해간다. 그런 땅심이 없는 밭에서는 농작물이 강하게 자라지를 못하게 되니 계속하여 화학비료를 주고, 농약과 제초제를 뿌리게 되고, 흙 속의 미생물과 벌레들이 없어져 흙이 굳게 되니 유기질비료와 화학비료를 섞어주고 영양분의 유실을 막고 잡초를 잡기위하여 비닐멀칭을 하게 되니 농토는 악순환 아래서 허덕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악순환 환경에서는 프로농군들이나 기술적으로 농사를 하며 만족할 만한 소출을 얻을 수 있는 것이지 아마농군들은 어림없는 일이다. 굳이 한다면 프로의 흉내를 똑같이 내가며 농사를 하여야하는 것이다.

텃밭, 그야말로 나와 가족이 먹을거리를 심심풀이로 가꾸는 텃밭을 프로들의 농장과 똑같게 만들 이유가 무엇인가?

프로와 똑같이 하려는 아마는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하게 농사를 하려는 마음에서 프로를 따라 하는 것이다.

텃밭에 잡초들도 좀 살게 하자!

잡초가 살아야 벌레도 살고, 미생물도 살고, 그리고 땅심도 살게 된다.

그렇다고 잡초를 마냥 키우자는 것이 아니다. 잡초를 그대로 놔두면 농작물이 구실을 못하게 되니 농작물이 기를 펴고 자랄 수 있게 잡초를 제어하자는 이야기이다.

텃밭 가꾸기를 즐기는 사람이 어찌 호미자루와 낫자루도 잡지 않고 양손바닥에 굳은살도 없이 입에 맞는 농작물을 얻으려 하겠는가?

모든 일의 좋은 결과는 투입되는 진실한 노력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좋은 먹을거리를 스스로 얻으려 한다면, 그리고 진정한 만족을 얻으려면 텃밭의 잡초도 돌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잡초와 친해져야 텃밭 가꾸기의 진수를 맛보리라고 생각한다.


8) 연하고 예쁘게 생긴 농작물만을 얻을 것인가?


연한 채소와 예쁘고 큰 과일은 요즈음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텃밭 수준에서 그러한 소출을 얻으려 한다면 텃밭 가꾸기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쉽게 시장에서 좋게 보이는 것으로 골라 사먹는 것이 쉽고 경제적이다.

자연환경에서의 채소나 과일은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투쟁하며 살게 된다. 벌레와 균의 침입에 대항하여 몸을 보호하느라 거칠고 단단하게 무장하므로 몸이 거칠어지고 상처를 입게 된다. 그리고 방어적 입장에서 고유의 향을 진하게 내기도 한다.

그러한 유기농산물은 쉽게 얻어지지 않으며, 또한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팔리지도 않는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벌레 먹어 상처 난 들깻잎이 깨끗한 들깻잎보다 세 네 배로 비싸게 팔리는 걸 아직 보지 못하였다.

고추도 빨갛고 흠이 없어야 최상품으로 여긴다. 고추농사 삼년차인 나의 보잘 것 없는 실력으로는 크고, 빨갛고, 벌레 먹지 않고, 많이 따내는 유기농 고추를 남에게 나누어 줄 수 있을 정도로 농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

제초제, 화학비료, 살균제, 살충제, 비닐멀칭, 그리고 빨간색을 돋보이게 하는 착색제를 거부하는 취미농사를 즐기는 나로서는 고추 묘 삼백여개 심었어도 올 김장을 걱정하는 소출이 예상된다.

유기농으로 얻어진 농작물은 분명 모양이나 색깔 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유기농으로 얻어진 농작물이 모두 상처투성이고 작고 못생겼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 눈에 좋게 보이는 농작물을 대량으로 얻기가 힘들다는 이야기이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힘들여 얻은 소출을 모양과 색을 따지지 않고 가치 있게 여기고 입에서 맛있게 즐길 때에 텃밭 가꾸기의 참맛을 느끼게 된다고 본다.

연하고 예쁘게 생긴 농작물에 집착하다보면 프로를 닮아가고, 그러다보면 텃밭 가꾸기의 진수를 맛보지 못하고 결국은 텃밭을 버리게 되는 것이다.


9) 텃밭에 어떤 시설을 하여야 하는가?


단순히 덩그마니 전답에서 농사만을 하는 건 별 로 재미가 없다. 그리고 집과 거리가 먼 경우엔 농사가 귀찮아지게 된다.

도시인들이 땡볕에 농사일만을 하는 건 무리이고 재미없어 고생이다.

텃밭에는 각종의 농기구와 간단한 취사도구를 보관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텃밭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최소한 농막 수준 이상의 시설이면 가족단위로 텃밭 가꾸기를 즐기는 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보통 여섯 평 이하의 컨테이너박스나 조립식농막을 설치하고 화장실, 간이목욕실, 농자재보관창고 등을 만들고 물과 전기를 확보하면 불편 없이 텃밭 가꾸기를 즐길 수 있다고 본다. 그 정도면 소박한 별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 외에 텃밭의 분위기에 알맞게 연못이나 원두막, 그리고 작은 회단들을 만들면 한결 멋진 텃밭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0) 농사공부를 얼마나 하여야 하는가?


작은 텃밭을 가꾼다고 농사공부를 소홀하게 할 수는 없다.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해야 농사를 즐길 수가 있다.

토양, 비료, 작물의 성질, 병충해, 잡초 등에 관한 공부를 수시로 하여야 똑똑한 아마농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작물의 파종, 옮겨심기, 돌보기, 거두기 등에 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고 텃밭의 농작물을 애지중지 돌보아야 적절한 소출로 보답이 온다.

나는 병충해에 관한 공부는 거의 하지 않는다.

병충해를 치료하는 공부를 하고 실행하는 것이 내 농사방법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 병충해에 텃밭의 농작물이 시달려도 어쩔 수 없다.

약해서 병든 농작물은 없어지게 된다.

유기농을 하는 사람들이 개발한 각종의 병충해에 관한 비책들이 많이 있으나 그저 참고하는 수준이고 극성스레 동참하여 시험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병들어 죽어가는 농작물을 특별히 간호하고 약을 먹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땅심을 살리고 텃밭에 잘 적응하는 농작물을 찾아 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되는 것이 취미수준의 텃밭 가꾸기를 하는 나의 횡포라 하겠다.


11) 텃밭 가꾸기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


생업은 나이 들거나 사정에 따라 그만 둘 때가 있으나 취미생활은 어떠한 형태와 종류로든 사람이 죽을 때까지 즐길 수 있다. 생업에서 벗어나고 좋은 취미조차 없는 사람은 극단적으로 말하여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다. 왜 사느냐고 물을 때 죽지 않아 살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그러한 사람들은 하는 일 없고 좋게 즐기는 일 없이, 돈 많으나 제대로 쓸 줄 모르고 기름지게 그리고 배부르게 먹는 것 말고는 거지만도 못한 불쌍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재산의 많고 적음에 무관하게 텃밭에 잡초 한 포기를 뽑아낼 힘만 있어도 텃밭농사를 즐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취미인가?

굳이 조선시대의 문인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가 등을 읊조리며 농어촌생활을 머리에 떠올리거나 헬렌과 스콧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 등을 읽으며 오염된 도시에 살면서 골치 아픈 환상에 젖을 필요가 없다.

그냥 되는대로 사정에 맞추어서 텃밭 가꾸기를 시작하고 죽을 때까지 즐기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고,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때가 되어 죽으면 그것이 바로 위엄 있는 죽음이 아니고 무엇이랴!


출처 : 전원속 농막 짓기(이지장원)
글쓴이 : 石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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