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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귀농귀촌/보람있는 전원생활

농촌을 사랑하는 아무렴 그렇지님의 전원 에세이

가을하늘이 주홍색 감나무 위에서 더욱 푸르던 날

동강오지에 홀로 살고 계신 할머니댁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추수를 하였지만 30리를 걸어 나오셔야 버스를 탈 수 있는 오지의 할머니댁에

농사 지은것들을  가져다  팔아 드리는 일이 이제는 연래 행사가 되었지요.

여러 자녀가 있으시지만 모두 다 부산이며 인천등 먼곳에 살고 있어

명절이나 되어야 다녀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들이 겸 날을 잡았지요.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고 산을 넘고 재를 넘어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을 따라 할머니댁이 가까워 집니다.

시집간 딸을 기다리시듯 추수가 끝나자 언제부터인가 전화 하시어

<언제 올기여?>

하고 기다리셨습니다. 서너번 약속을 미룬뒤 오늘에야 이룬 발걸음이 급합니다.

올해는 유난히도 강물이 맑습니다.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도 강가에서 다 들여다 보이네요.

 

할머니보다 먼저 강 이편에 있는 우체함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올해는 더 많이 꽃을 피운 바위구절초가 정답습니다.

할머니께서 배를 가지고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기다리다가 눈이 진무를 것 같다고 하시면서......

 

밀린이야기 나누며 벌써 강을 다 건넜습니다.

처음에 이 배를 운전할 줄 모르던 남편은 이제는 운전은 물론이고

할머니 신경 안쓰시게 줄을 묶는 일도 혼자 척척합니다.

 

거의 1년만에 왔는데 할머니댁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마당가에 맨드라미며 봉숭아꽃도 여전합니다.

뒷곁에 빈 벌통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오늘도 토종닭을 푹 고아 놓으셧습니다.

각종 나무 뿌리들을 넣고 고아주셔서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점심을 먹고 집앞 감나무에 잔뜩 달린 감을 따 가라고 하십니다.

작년 보다 몇 배는 많은 감이 달렸습니다.

감나무만 보면 할머니는 눈물을 지으십니다.

작년 이맘때 함께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들었던 둘째 아들이

어머니곁을 떠나 간암으로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나마 가장 자주 어머니곁을 지켰던 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감나무를 보니 더욱 아드님 생각이 난다고

제발 다 따 버리라고 하시며 또 눈물 짓습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의 모습에 저도 가슴이 아립니다.

아무리 많이 따도 가지고 나올 방법이 한정 되어 있으니 감식초를 담을 것과

곶감 만들것을 한자루만 땄지요

마음 같아서는 다 털어 드렸으면 좋겠으련만~

농사 지어 팔려고 준비해 놓으신 참깨며 들깨 �힌 감자가루

도토리가루등을 묶어서 아무렴이 지게에다 한짐 졌습니다.

우리도 어깨에 메고 머리에 이고 집을 나섭니다.

오랫만에 지게를 진 아무렴이 도리질을 합니다.

힘도 들거니와 지게가 작아 꽤 힘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지게에 지고 강을 거슬러 차가 있는곳까지 가며

할머니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집와서 지금까지 이렇게 이고 지고 농사를 지어 팔아

자녀들을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를 보내시고

70의 세월을 살아 오셨지요.

헤어짐이 아쉬워서 빈지게를 지고 자리를 못 떠나십니다.

<고들빼기 짐치 담가 놓을 테니 늦가을에 한번 더 오게~>

 

눈물 떨구시는 것 보게 될까 보아 뒤도 안 돌아 보고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는데 강 가운데서 할머니댁 이웃집 아저씨와

암소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습니다.

방목을 하는 아저씨댁 소들이 물이 줄어든 강을 건너 이쪽마을로

모두들 건너 온 모양인데 다시 데리고 건너려니 말을 잘 안듣습니다.

이쪽 마을이 무척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그냥 못 지나는 아무렴이 차에서 내려 돌멩이를 던져 소들을 몰아 줍니다.

 

마지 못해 강을 건너는 소떼가 평화로워 보입니다.

나팔꽃 한송이가 인사를 대신해줍니다.

또 오라고 다시 오라고~

가을 들녘은 온통 풍성한 잔치집마냥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