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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정착한다고 해서 모두 농부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농촌이 농사짓는 사람들만 모여 사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농사에 자신이 없다면 자신의 전문분야를 적극 활용해 정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협성대학 조형학부 교수이자 경 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창문아트센터 원장인 박석윤(46) 씨가 그렇다. “처음엔 단지 작업공간을 마련할 요량으로 이곳 저곳을 찾아다녔는데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가 농촌에 버려진 폐교가 많다는 걸 알고 무릎을 탁 쳤죠. 마을 주민들과 교류하면서 무언가를 함께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가 농촌마을의 조그만 폐교로 들어온 것은 지난 2000년 11월. 그해 9월 문을 닫은 창문초등학교에 박 원장을 비롯한 9명의 예술가가 둥지를 틀었다. 박 원장은 대학 강의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이곳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3,700여 평의 부지를 갖가지 조형물과 벽화, 회화 등으로 꾸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는 멋들어진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그런 그를 바라보는 마을주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자기 자식들이 다녀야 할 학교에 웬 이방인이 들어와 미술을 한다고 뚝딱거리니 좋아 보일 리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이곳에 자리를 잡은 첫해 폭설이 내린 어느 날, 박 원장은 마을주민 10여 명이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에 하우스 파이프를 쏟는 것을 보고 당장 운동장으로 쫓아나갔다. “여기에 파이프를 두면 어떻게 하느냐”고 한마디 던지는 순 간, ‘아차’싶었다고 한다. 폭설로 무너진 하우스 때문에 속상한 마을사람들의 심정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이날 일로 마을사람들과의 관계는 더 멀어졌다. 화해할 계기가 필요했던 박원장은 2001년 4월, 개원식을 개최하며 마을주민을 모두 초대해 잔치를 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마을 일이라면 열 일을 제치고 달려 갔다. 도시에 살고 있던 가족들도 모두 이사했고, 아이들은 이곳 학교에 다니도록했다. 그러자 주민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 원장의 노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과 힘을 합쳐 일년에 두 번씩 마을 예술제를 열기로 한 것이다. 참가자들이 농촌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봄에는 모내기를 중심으로 한‘물꽃마을 예술제’를, 그리고 가을에는 추수를 중심으로 한‘자연예술제’를 열었다.
“농촌관광사업도 좋지만 주민들이 한 해 동안 힘들게 지은 농사를 밭떼기로 팔아 손해 보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아트센터를 찾는 회원들과의 직거래를 주선했어요. 반응이 무척 좋더군요. 덕분에 올해 생산되는 3만 5천㎏ 의 쌀에 대한 사전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랍니다. 앞으로 장류, 김치, 두부 등 슬로푸드를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서 팔아볼 생각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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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박 원장은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이 됐다. 귀농한 지 5년째에 접어든 박 원장과 마을 주민들은 소소한 일 하나까지 일일이 상의할 정도로 돈독해졌다. “농촌에 정착한 많은 예술인들이 마을주민들과 함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지요. 폐교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예술인들이 많은데 대부분 형편이 넉넉지 못한 편이라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해요. 폐교 활용에 대한 정부 의 지원이 확대된다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겁니다. 지역문화의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귀농을 계획하거나 호젓한 곳에서 노후를 보내려는 이들이 늘면서 최근 폐교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늘고 있다. 도시민들의 농촌관광 수요 증가에 대비하여 농촌민박, 농산물 현장판매 등이 가능한 그린투어리즘(농촌관광)을 경영에 도 입하여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을 확보하는 한편, 영농활동을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귀농방법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수가 감소해 문을 닫은 시골 학교는 전국적으로 3천여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임대나 매각이 되지 않 았거나 임대기간이 만료돼 재임대 예정인 미활용 폐교는 2005년 7월 기준 전체의 15% 수준인 430개 정도. 임대 또는 매각된 폐교는 수련원·연수원·체험학습장·미술관·박물관·테마 농장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시설 내에는 수익성을 창출하기 위해 식당이나 객실을 마련하기도 하고,염색이나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폐교를 활용하는 이들은 우선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걸 장점으로 꼽는다. 또 예술가나 수집가들은 작품과 수집품을 전시할 넓은 장소로 폐교만한 곳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임대의 경우 건축이나 증개축에 다소 제약이 있긴 하지만 구입을 했다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건물을 짓고 운영할 수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외형상으로는 폐교가 시골에 정착하는 데 더없이 좋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폐교를 임대받거나 구입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했다고 해서 큰돈을 버는 건 아니다. 일반주택에 비해 관리비가 많이 들고, 대부분 오지에 있어 접근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주민들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아 중간에 폐교에서의 생활을 포기하는 이들도 허다하다.
따라서 폐교를 임대받거나 임대하려는 도시민들은 현실적인 운영계획을 세워야한다. 폐교 운영에서 주민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마을 주민들이 학교에 토지 등을 기부한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소유권 문제로 주민과의 골이 깊어질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폐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주민과 함께’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주민의 추억이 담긴 곳이기에 주민과 함께하는 사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정선 아리랑학교 내에 들어선 추억의 박물관은 마을의 상점에서 2천 원 이상을 사용하면 입장권을 1장씩 주도록 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마을 상점을 이용하는 사례가 느는 만큼 박물관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도 또한 높아졌다고 한다. 이처럼 폐교 운영자들이 도시민과 마을주민 사이를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된다면 결과적으로 서로가‘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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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의 관리는 지역 교육청이 담당하고 있으며 각지역 교육청은 자체적으로 해당 폐교 임대와 매각여부를 결정한다. 임대나 매각이 결정된 폐교는 지역 교육청과 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입찰공고를 낸다. 각 지역 교육청을 일일이 방문하는 것이 수고스럽다면 자산관리공사의 입찰공고 사이트 온비드(www.onbid.co.kr)를 통해서도 폐교 입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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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해당 교육청의 전자입찰 도입 여부를 확인한다. 전자입찰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 지역 교육청을 직접 방문해 입찰서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 제출할 서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계획서. 해당 교육청은 사용계획서를 사전에 검토한 후 폐교활용특별법상 활용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에만 입찰 자격을 부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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