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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삶 귀농귀촌/귀농귀촌 성공지침서

[스크랩] 울동네 농부의말(펌)

화천군 간동면 용호리 송찬수형은 이렇게 말했다.

****[관행농을 포기 못 하는 이유]

**이유1. 잔머리 굴리는 재미

내가 괜히 새벽 두 시까지 호박 따는 줄 알어?
게으르다고 소문 난 놈인데.

밤 열 두시면 경매가가 딱 나와.

내 호박이 양이 늘기 시작하면 다른 놈도 늘어.
내 호박이 준다 싶으면 다른 놈도 줄어. 그건 똑 같애. 무슨 말인지 알아 들어?

물량이 줄기 시작한다, 그러면, 나는 재우는 거야.
실실 놀다가 다른 집이나 살짝 가서 들여다 보고 오고, 자고 그러지.

다른 사람들이 우리 밭에 와 보면 밭에는 호박이 주렁주렁 있거든.
그러니까 소문이 돌아.
"찬수 저놈은 호박값 좋은데 안 따고 논다." "게을러 터진 놈이다."

한참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할 때는 같이 쏟아 내야돼.
그럴 때는 재우면 무조건 손해야.

일단 물건이 줄기 시작하면 그 때 재우는 거야.
재웠다가 끝판에 몰아내면, 두 달 동안 딴 거보다 한 10일 딴 게 더 나아.

1,600원 200상자보다 23,000원 40상자가 훨씬 낫잖아.
요즘은 화천군이 나한테 재우는 거 다 배웠지.


**이유2. 대박 터트리는 재미

전에 버섯 할 때, 200상자 가지고 올라가서 1000만원을 한 적이 있어.
왜 그런지 알어?

어제 150상자 올린 걸 1만 7천원 받았거든.
오늘 200상자 해서 가지고 올라갔는데, 경매사가 보더니
이 정도면 1만 6천원은 받겠다고 하드라고.

"그럼 됐다"하고, 밥 먹고 내려왔는데
그날 올라온 전체 물건이 내 꺼하고, 내 꺼 만큼 또 하나하고 그거밖에 없어.

밥 먹고 와 보니까 내꺼 위에 어떤 놈이 딱 엉뎅이 깔고 앉아 있어.
그래, 막 화를 내면서, 남의 물건 망친다고 뭐라 해도 이 사람이 안 비키네.
그거 깔고 딱 앉아서 경매하는 거야.

이 사람은 호텔, 백화점 이런 데 납품업자야.
이거 못 대면 자기는 끝이야.
그러니까 값이 아무리 올라가도 이 물건 잡아야돼.

그런데, 양재동이나 이런 직매장 생기면서 이 재미가 없어졌잖아!
직매장 물건을 얘들이 싹쓸이 해버리는 거야.

직매장 물건은 값이 그렇게 올라갈 수가 없거든.
그래, 내가 그 새끼들 욕 하잖아!
직매장 지어서 농민들 죽이는 거라고...으하하하하.

**이유3.

내년에 뭐 숨어?
"감자요."
왜 감자 숨어?
"......"

일 년에 돈이 얼마나 필요해?
나는 5천은 있어야 살거든.

내가 필요한 돈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사는 거잖아?
농사 계획은 내가 필요한 돈에 맞춰서 세우는 거야.
그 돈이 나오게 작부를 짜야돼.
뭘 숨든 갈아 엎든 어떻게 해서든지 그게 나와야 되거든.

내가 4월 1일에 농사 시작하는데, 제일 먼저 하는 게 논이야.
5월 되면 호박밭 만들고
6월에 콩 숨는다고.

이렇게 해야 내가 살거든.
논은 아무리 난리가 나도 플러스 마이너스 10 이야.
이게 기본이야.
여기서 1,600 나와.
최소한 이걸로 내가 굶어 죽지는 않게 살 수 있어.

이렇게 해 놓고 이제 나머지는 호박 3500평 심는 거야.
무조건 이거 해야돼. 이거 아니고는 그렇게 나올 게 없거든.
그래서 그런 거지.

내가 해야, 다른 사람도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친환경 1,000평
하기로 하기는 했는데, 아까워. 그냥 1,000만원이 깨지는 건데.
안 그래?


****[생물의 사명은 종족 보전=종족보전 우선의 법칙]

작물은 원래 전부 해(일장)에 맞춰져 있어.

**사례1.

벼나 콩이나 마찬가진데,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꽃을 피워.
하지 지나면 꽃 피는 거지.

날 추워지면 가야 하는 거 알거든.
가기 전에 새끼 남겨 놓고 가야지.
그러니까 해가 점점 길어지는 동안에는 크기만 하다가,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후손을 키우는 데 몰두하는 거야.

늦게 심은 놈이나 일찍 심은 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콩 일찍 심어 봐야 계속 크기만 하지 새끼 깔 생각을 안해.
줄기나 무성하지, 수확은 오히려 더 적어. 쓰러지니까.

가로등 켜 놓으면 다 쭉정이가 되고 마는 것도 그래서 그래.
이놈이 멍청해서 밝으니까 해 떠 있는 줄 알고 계속 크기만 하는 거야 그냥.

**사례2.

통배추도 해가 어느 정도 이하로 짧아지면 통이 앉기 시작해.
통이 앉는다는 거는 생식생장이란 얘기거든.
겨울 지나고 봄 되면 꽃대를 올리니까,
꽃대 올릴 준비를 하는 걸로 봐야지.

근데, 얼갈이배추는 온도에 맞춰서 개종시킨 놈이야. 조심해야돼.
얘는 온도가 15도로 가야 통이 앉는 건데,
작년 같은 경우 장마가 짧고 지지부진하니까 온도가 15도 이하로 내려가? 어디?
통이 하나도 안 앉고 말았지. 그래서 그래.

**사례3.

코스모스는 제 고향에서는 향기가 없대.
우리나라에서는 향기가 있잖아?
왜 그래?

코스모스는 원래는 날수(일수)에 맞춰진 꽃이거든.
싹이 터서 일정한 날이 지나면 꽃이 피어서 사시사철 피어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일부러 향을 내서 벌이나 나비를 불러들일 이유가 없어.

그러던 놈이 우리나라에 오니까 춥거든.
그래서 어찌어찌 살아남은 놈들이 스스로 <적응>해서 살아남으려고
향을 내기 시작한 거지. 2년 지나면 적응 한대.

**사례4.

따뜻한 나라에 우리나라 벌 수입하면, 2년 동안은 꿀을 무지막지하게 딴대.
겨울 나려고, 꽃 피어있을 때 한 방울이라도 더 모아야 되거든.

그러다가 딱 2년 지나면 이놈들이 게을러지기 시작한대.
늘 꽃이 피어 있으니까, 죽기살기로 일 안 해도 새끼 까는 데 아무 지장이 없잖아.

**사례5. 베이비 붐

호박꽃이 가장 많이 필 때가 언젠지 알아?
밑에서 태풍 올라오기 일주일 전이야.

얘들은 벌써 다 알고 서두르는 거야.

콩 적심하는 것도 똑 같은 이치라고 보면 돼.
인위적으로 외부 상황을 급격하게 바꿔주는 거야.

콩 입장에서 생각해 봐.
한 참 자라고 있는데 갑자기 시련이 닥쳤어.
그러면, 얘가 "아, 내가 어느 때 갑자기 아주 갈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막 곁가지 뻗어 올려서 새끼 주렁주렁 까는 거야.
많으면 보전될 확률이 아무래도 높잖아.

**사례6. 흥부와 놀부

우리집 호박줄기 봤어?
가늘게 올라가지?
왜 그런지 알아?

어떤 집 가보면, 줄기도 엄지손가락 굵기로 실하고 잎도 떡 벌어져서 무성한데,
하나도 못 따고 나오는 집 봤지?
왜 그런지 알어?

그 사람들 밑거름 때려 넣지? 틈나는 대로 거름 주지? 그래서 그래.
양분이 늘 넉넉한거야.

그러니까 이놈들이 모든 것이 풍족하니까 막 자라기만 하는 거야.
더 커야지.
더 즐겨야지.
새끼?
어느 때 낳아도 된다 이거야. 모든 것이 이렇게 풍족한데,
아무 때나 낳으면 되지. 그러면서 막 자라기만 해.
그러니까 젠장, 호박은 하나도 못 따고 줄기만 키우다가 끝나.

우리집 호박줄기는 앙상하잖아.
고난과 시련 속에서 겨우겨우 자라고 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어느 때 거름이 팍 들어가.

그러면,
때는 이 때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어느 때 새끼를 까.
그러면서 막 까 놓는 거야.

우리는 그러면, 거름 안 딸리게 대 주면서 계속 따 내는 거지.

**사례7. 장자 우선

식물은 있잖아, 제일 먼저 달은 놈을 제일 애껴.
호박도 맨 먼저 달은 놈 그냥 놔 둬 봐봐.
그 놈만 계속 실해지고, 다른 놈은 찬밥이야.

하나만 확실하면 되거든.
그런데, 그거 똑 따내면 얼른 그 다음 놈을 키우지.
그거 또 따내면 또 다음 놈을 키우고.

**사례8. 감자는 적심이야

옛말에 "꽃을 치면 세 알은 더 먹는다"고 했거든.
우리 할아버지들은 싸리나무 가지고 휙휙 치고 다녔어.

감자는 새끼를 위 아래 양쪽으로 키우는 놈들인데,
위를 쳐주면, 위를 포기하고 아무래도 아래에 집중하게 되니까 더 실하지.
출처 : monday
글쓴이 : 월화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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