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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하늘내린터에서 사색에 빠지다

한잎 두잎 소리없이 떨어지는 낙엽마다 지난날 아프고 시린 사연들
손글씨로 적어 오색 엽서 온 세상에 뿌릴거나
햇살 고운 바윗돌에 걸터 앉아 가만히 묵상의 시선으로 낙엽들을 바라본다.

추풍낙엽(秋風落葉)..
모진 풍파속 수천 수만번의 흔들림끝에 탯줄 끊겨 조용히 산화한다.

정중동(靜中動)..
수직의 파문으로 떨어져 시간의 흔적으로 쌓여가는 낙엽.
고독한 선구자는 만추의 애수에 젖어 조용히 낙엽의 유언을 듣는다.

방하착(放下着).
인생달관 더욱 낮은 곳으로 임해야 하려는데..
끊임없이 도전해오는 돈에눈먼 무리들. 꼭 그렇게 살다 가야하겠다니 지둘러라.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다시 새봄이 오고 그리고 또 여름이 오겠지만
어느 계절엔가 낙엽처럼 영원의 길로 떠나나야 할 허무한 인생길..

하나 하나 정리하고 정돈하는 마음다짐으로
사위 자식노릇 제대로 한번 못하고 보내드린 장인장모님 찾아뵙고 속죄하고

아버님 더 오래 모실수있도록 용서해주신 어머니 찾아뵙고 감사드리고 오는길.

어려서부터 많은 가르침주셨던 이모부님의 황망한 부고에 오던길 되돌려
무심했던 불초 조카 회한의 눈물 쏟으며 장례 모시고 며칠만에 돌아오니

만추의 화려한 산천은 철에 맞게 의구하네.

하늘내린터를 창조한 선지자는 서글픈 이 만추의 가을에 모두다 소제하고
또 가을이 올때마다 어디론가 즐기며 떠돌아다닐테니.

정오차  - 바윗돌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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