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때때로 불며 누른 잎새가 우수수하고 떨어지든
가을철도 거의 다 지내가고 새빨갓케 언 손으로 두 귀를 가리고
종종 거름을 칠 겨울도 몃날이 못되야 또다시 오게 되얏다.
따듯한 온돌 안에서 쪽각 유리를 무친 미닫이에 올골을 대이고
소리업시 날리는 백설을 구경할 때가 머지 아니하야
요사이는 길가나 공동수도에 모히어 살림이야기를 하는 녀인네 사이에는
'우리 집에는 이때까지 솜 한가지를 못 피어 놓았는데 이를 엇지해···.' 하며
오나가나 겨울준비에 분망하게 되었다."
- 늦가을과 沈菜準備(침채준비) -
1922년 11월 6일자 동아일보가 당시 요즈음 김장철 분위기를 잘 묘사해놓았네요.
'침채' '딤채'는 김치의 옛 우리말입니다. 모 가전제품 대기업이 브랜드화했지요.
경영학을 공부한 저로서 광고의 사회적 책임과 기능이라는 제목의 학위논문에
'여우광고'의 대표적 전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맏아들로서 어머님 생전의 뜻을 이어받아 집안의 가풍을 전수해야한다는 책무가 있어
지난 20년동안 아버님이 택일한 그날 매년 하늘내린터의 친환경 김장거리를 트럭에 싣고가서
친인척들에게 나눔해드리고 본가에서 동생들이 모여 김장축제를 벌렸었지요.
어찌보면 명절때보다도 화기애애 기뻤던 우리집안의 축제날이었습니다.
아버님을 인제 하늘내린터로 모셔온 지금
섭섭하지만 올해부터는 며느리를 맞이한 두 여동생이 이제부터는 시어머니가 되었으니
가풍을 전수하겠다해서 날잡아 김장거리들 실어보내고 하늘내린터는 단촐한 김장이 되었습니다.
늘 그랬듯이 아버님 지도하에 하는 김장, 깍두기, 동치미, 알타리무우김치, 석박지김치, 갓김치,백김치 등
골고루 하기는 하지만 양도 얼마안되고 전수해줄 아들며느리가 없는 저의 오늘 김장은 쓸쓸하기만하네요.
부모님의 DNA를 물려받은 자손들이 모두모인 김장축제 어느새 그립습니다.
기러기 (윤복진시. 박태준곡) - 김희진
https://youtube.com/watch?v=VUkpHxkOkuc&si=bycWOWIO1vDey0x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