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내린터에서 보낸 캠핑의 추억..
월간 아웃도어 -
글 이주희 , 사진 김해진 기자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자연 속에 들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지는, 그런 때가 왕왕 찾아온다.
인제 하늘내린터는 딱 그럴 때 찾아가면 모든 시름을 내려놓고 마냥 쉬다 올 수 있는 곳이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에 가기 전 하늘내린터에서 밤을 보냈다.
서울에서 2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하늘내린터는 겹겹이 둘러싼 산속에 자리하고 있어 가는 동안 꽤 여러 번 귀가 먹먹해졌다.
이곳에 발을 들일 땐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어도 좋겠다.
어차피 잘 터지지도 않는다.
온전한 ‘쉼’을 위해서는 어쩌면 잘된 일일지 모른다.
인제 하늘내린터에서 맞은 밤.
하늘내린터는 해발 600m 지점,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터’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약 3만평 규모의 농원 겸 야영장인 이곳은 주인장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까다로운 가입 절차를 통과해야만 발을 들일 수 있다.
사이트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여느 야영장과 다르게 널찍널찍 떨어져 있어 호젓한 캠핑을 즐기기에 제격.
편의시설은 거의 없다.
전기는 쓸 수 없고 화장실은 재래식이며 설거지를 할 땐 친환경 세제만 사용해야 한다.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고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 LNT(Leave No Trace)를 실천하는 것이 철칙.
이를 지키지 않으면 블로그에서 가차없이 ‘강퇴’다.
숲 해설을 들으며 농원을 한 바퀴 휘 둘러보고 나니 어스름이 내렸다.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사이트를 정하고 텐트를 쳤다.
하늘내린터의 밤은 도시의 밤보다 빨리 찾아온다.
해가 언제 저물었는지 모르게 밤은 느닷없이 왔다.
한밤중인가 싶었는데 시계를 보니 이제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도시는 네온사인으로 대낮처럼 환할 시간이지만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이곳에는 어둠이 일찍 내려앉는다.
랜턴 없이는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이토록 까만 밤을 만난 게 얼마만이던가.
역시 캠핑에는 고기가 빠질 수 없지. 누릇하게 구워진 삼겹살 한 점에 마냥 행복해졌다.
고기 냄새를 맡고 어느새 고양이가 어슬렁 다가왔다.
화들짝 놀라 쫓아보는데 사람을 겁내지도 않는다.
우리가 머문 텐트 사이트.
사이트 앞, 초록으로 빛나는 비밀의 샘.
모닥불 앞에서 타닥타닥 소리를 들으며 따끈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썩 괜찮았다.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별들이 총총 박혀 있었다. 하염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촘촘히 박힌 별, 입 안을 감도는 은은한 커피향, 그리고 좋은 사람들. 모든 게 완벽했다.
순간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인제의 밤은 생각보다 따듯했다.
두툼한 동계용 침낭 덕인지 코끝만 조금 시렸을 뿐 온기를 품고 잠들었다.
집이었다면 아직 이불 속에 있을 시간,
새 지저귀는 소리에 잠이 깼다.
우리는 블로그에서 ‘강퇴’ 당하지 않기 위해 머문 곳을 말끔히 치워 나갔다.
비록 하룻밤이었지만 자연 속에 흠뻑 머문 시간은 지친 마음을 차근히 보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늘내린터를 지키는 백구.
얘 외에도 9마리가 더 있다.
인제 하늘내린터 위치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449
이주희 기자 / jhlee@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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