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화로운삶 귀농귀촌/아름다운 전원주택

우리의 겨울은 가볍고 따뜻하다! 독특한 외형의 돔 하우스

 우리의 겨울은 가볍고 따뜻하다! 독특한 외형의 돔 하우스

현실 속의 현대식 집들은 콘크리트로 만든 사각 형태가 대부분. 형태도 소재도 색다르면서 튼튼하고 저렴한 데다 방한 효과도 뛰어난 그런 집은 없을까?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주목받고 있는, 발포 폴리스티렌으로 만든 가벼우면서 따뜻한 돔 하우스와 최강 강도를 자랑하는 32면체 축구공 하우스를 주목하자.

지진과 바람에 강한 스티로폼 하우스

 

'아기 돼지 3형제'에겐 최선의 선택이었던 벽돌로 지은 집은 요즘 보기 드물다. 한국은 콘크리트가 대세. 일본도 대형 아파트는 콘크리트가 주를 이루지만 단독주택이나 맨션들은 목재로 지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엔 스티로폼 소재가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깨질 위험성이 있는 약한 물건을 보호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해온 스트로폼이 건설계의 주인공으로 급부상 중이다.

구마모토 아소 팸 빌리지의 돔 하우스들. 가볍고 따뜻해서 겨울에 적합한 집으로, 친근감이 느껴진다.

고밀도 압축 스티로폼인 발포 폴리스티렌을 이용해 만든 돔 하우스는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일본 대지진을 견뎌냈을 만큼 튼튼하다. 건축계에선 목재, 철, 콘크리트를 이을 제4의 소재라 불릴 정도. 탄소와 수소가 그 원료로, 새집증후군의 원인인 포름알데히드, 프레온이 나오지 않아 인체에도 지구에도 '착한' 소재다.

재팬 돔하우스란 회사가 제작한 조립식 스티로폼 돔 하우스는 불에 타지 않도록 난연 가공한 발포 폴리스티렌을 사용한 집으로 벽 두께는 약 20cm, 돔 하우스 조각 하나에 약 80kg이다. 가볍고 유연하며, 돔형으로 안정된 구조여서 지진에 강하고 무너지거나 금이 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리쿠젠다카타 시의 캠프장에 있던 스티로폼 돔 하우스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진 후 해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의 대피소로 활용됐다. 바람에도 강하다. 돔 형태가 바람을 분산시켜주기 때문이다. 단열 효과도 크다. 돔 하우스의 경우 공간과 공간 사이에 벽이 있어도 천장은 뚫려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난방을 한 시간만 틀어놓아도 반나절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여름에도 냉기가 쉽게 빠지지 않아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1 돔 하우스는 내부에서 보면 천장이 높고 둥글다. 둥근 천장이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2 은은한 조명과 둥근 벽이 조화를 이룬 침실. 이 아늑함이 돔 하우스의 매력이다.

3 스티로폼이라고 얕잡아보면 곤란하다. 이런 욕실까지 갖출 수 있다. 내부 구조를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것도 돔 하우스만의 특징이다.

 

미에 현에서 딸 셋을 키우고 있는 나카이 야스오와 미키 부부는 1년 반 전에 스티로폼 돔 하우스를 지었다. 사각형 집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집을 찾던 중 돔 하우스를 만났는데, 28평 집엔 세 개의 방과 거실 겸 주방, 화장실, 욕실, 세면장이 마련돼 있다.

 

1 나카이 가족의 돔 하우스. 처음에는 독특한 모양에 반해 돔 하우스를 지었는데 지금은 단열과 방음도 잘되고 전기세도 적게 나와 이 집의 매력에 더더욱 빠져 있다.

2 나카이 가족 돔 하우스 내부를 보면 이렇게 천장이 뚫려 있다. 그래서 이 집에선 항상 세 딸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집 안에 벽이나 기둥이 거의 없어서 탁 트인 느낌이 신선해요. 집을 지을 때 테마가 '가족'이었어요. 천장이 뚫려 있어서 어디에 있어도 아이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늘 가족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집이지요."
돔 하우스는 구마모토의 아소 팸 빌리지에서 체험할 수 있다.

물 위에 뜨는 21세기형 노아의 방주 축구공 하우스

 

사각형 집은 육면체다. 육면체는 어느 한쪽이 압력을 받으면 금이 가고, 그 금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태어난 집이 32면체 축구공 하우스다. 32면체의 경우 어느 한쪽이 충격을 받아도 그 충격이 다른 면에 전달되는 경우가 훨씬 적다고 한다. 충격시 파괴 에너지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즉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32면체 구조는 지진의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준다.

 

1 한겨울의 축구공 하우스. 지붕 면적이 작아 눈 치우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2 32면체 구조의 독특한 축구공 하우스 외관.

3 최소형 축구공 하우스. 집 안에 자신만의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아빠가 가끔 와서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한 서재 개념으로 지은 집이다.

 

축구공 하우스는 핵 셸터와 지진 셸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회사가 주거용으로 내놓은 제품이다. 지진과 물 피해에 강한 건축물이란 의미로 '배리어'란 이름을 붙였는데, 아이치 엑스포 당시 스태프의 숙소로 사용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소재는 강화 플라스틱 또는 스틸을 사용하며 물 위에 뜨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의 경우 수시로 지붕 위의 눈을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축구공 하우스는 지붕 면적이 작다 보니 이런 불편함을 덜 수 있다.

야마가타 현에 살고 있는 다케다 부부는 2005년에 집 근처에 셸터 겸 휴식처로 작은 축구공 하우스를 지었다. 겉모습이 특이하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마다 "도대체 저게 뭐냐?"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겉은 플라스틱이지만 내부는 천장까지 모두 목재를 사용했다. 나무의 향이 묻어나 마치 자연 속에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이 부부의 설명.

 

내부는 목재를 사용해 아늑한 느낌을 표현했다. 테이블과 의자를 들여놓아 손님 접대용 응접실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집에는 시계를 일부러 두지 않았어요. 책을 읽고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지요. 밤에는 가정용 플라네타륨으로 천장에 별을 비추어서 낭만적인 밤을 연출하기도 한답니다."

노부부는 둘만의 시간을 아늑한 축구공 하우스에서 보내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때 야마가타 현에 진도 5의 지진이 났음에도 이 집은 굳건했다. 축구공 하우스 밑에는 식료품과 물을 비축해둘 공간을 마련해두었는데, 노부부는 만약 살고 있는 집이 무너지면 바로 이 축구공 하우스를 셸터로 사용할 생각이다.


 

1 계단 위에 펼쳐지는 거실. 목재의 은은함과 돔형의 구조가 어우러져 따뜻한 인상을 풍긴다. 조명도 나무 소재로 연출해 아늑함이 배가된다.

2 축구공 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현관과 계단이 시작된다.

3 아빠가 서재 대신 사용하는 축구공 하우스의 내부. 깔끔하게 책상과 라디오 하나만 배치했다.

 

다케다 부부뿐 아니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의 생활이 변하고 있다. 특히나 집을 고르는 안목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집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스티로폼 돔 하우스와 축구공 하우스는 불안을 안고 사는 일본 사회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획 / 이은선 기자 ■글 / 김민정(「레이디경향」 일본통신원) ■취재 협조 및 사진 제공 / 재팬 돔하우스(www.dome-house.jp), 월드넷 인터내셔널 (www.wni-jp.com/shel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