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올에 아주 가난한 대장장이가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11남매나 되는 자녀들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매우 열심히 일을 했지만 항상 먹고살기도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이 대장장이의 큰딸은 쑥나물을 좋아하는 동생들을 위해 항상 들이나 산을 돌아다니며 쑥나물을 열심히 캐 왔습니다.
이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네 딸’이라는 뜻의 쑥부쟁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쑥부쟁이는 산에 올라갔다가, 몸에 상처를 입고 쫓기던 노루 한 마리를 숨겨 주고 상처까지 치료해 주었습니다.
노루는 고마워하며 언젠가 은혜를 반드시 갚겠다는 말을 남기고 산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날 쑥부쟁이가 산 중턱쯤 내려왔을 때 였습니다. 한 사냥꾼이 멧돼지를 잡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쑥부쟁이가 치료해 준 노루를 쫓던 사냥꾼이었습니다. 쑥부쟁이는 재빨리 칡덩굴을 잘라서 사냥꾼을 구해 주었습니다. 쑥부쟁이가 목숨을 구해 준 사냥꾼은 자신이 서울 박재상의 아들이라고 말한 뒤,
이 다음 가을에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쑥부쟁이는
그 사냥꾼의 씩씩한 기상에 호감을 갖고 다시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가을이 어서 오기만올 기다리며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쑥부쟁이는 사냥꾼과 만났던 산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올라 갔습니다.그러나 사냥꾼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쑥부쟁이는 더욱 가슴이 탔습니다. 애타는 기다림 속에 가을이 몇 번이나 지나갔으나 끝내 사냥꾼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쑥부쟁이의 그리움은 갈수록 더해 갔습니다. 그동안 쑥부쟁이에게는 두 명의 동생이 더 생겼습니다.
게다가 어머니는 병을 얻어 자리에 눕게 되었습니다. 쑥부쟁이의 근심과 그리움은 나날이 쌓여만 갔습니다.
어느 날, 쑥부쟁이는 몸을 곱게 단장하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는 흐르는 깨끗한 물 한 그룻을 정성스레 떠 놓고 산신령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몇 년 전에 목숨을 구해 준 노루가 나타났습니다.
노루는 쑥부쟁이에게 노란 구슬 세 개가 담긴 보라빛 주머니 하나를 건네 주며 말했습니다. “이 구슬을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질 것입니다.” 말을 마친 노루는 곧 숲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쑥부쟁이는 우선 구슬 한 개를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하였습니다. “우리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신기하게도 어머니의 병이 순식간에 완쾌 되었습니다. 그 해 가을,쑥부쟁이는 다시 산에 올라 사냥꾼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사냥꾼은 역시 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쑥부쟁이는 노루가 준 주머니를 생각하고 그 속에 있던 구슬 중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러자 바로 사냥꾼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그 사냥꾼은 이미 결혼을 하여 자식을 둘이나 둔 처지였습니다.
사냥꾼은 자신의 잘못을 빌며 쑥부쟁이에게 같이 살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쑥부쟁이는 마음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저이에게는 착한 아내와 귀여운 아들이 있으니 그를 다시 돌려 보내야겠다.’ 쑥부쟁이는 마지막 하나 남은 구슬을 입에 물고 가슴 아픈 소원을 말하였습니다. 그 후에도 쑥부쟁이는 그 청년을 잊지 못하였습니다. 세월은 자꾸 지나갔으나 쑥부쟁이는 결혼을 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동생들을 보살피며 항상 산에 올라가 청년을 생각하면서 나물을 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쑥부쟁이는 산에서 발을 헛디뎌 그만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쑥부쟁이가 죽은 뒤, 그 산의 등성이에는 더욱 많은 나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쑥부쟁이가 죽어서까지 동생들의 주린 배를 걱정하여 많은 나물이 돋아나게 한 것이라 믿었습니다. 연한 보라빛 꽃잎과 노란 꽃술은 쑥부쟁이가 살아서 지니고 다녔던 주머니 속의 구슬과 같은 색이며 꽃대의 긴 목 같은 부분은 아직도 옛 청년을 사랑하고 기다리는 쑥부쟁이의 기다림의 표시라고 전해집니다. 이 때부터 사람들은 이 꽃을 쑥부쟁이나물이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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