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른농촌 희망찿기/그린투어(농촌관광)

[스크랩] 누구나 그곳에 가면 헤벌쭉 웃다 옵니다- `허허공방` 이야기

누구나 그곳에 가면 헤벌쭉 웃다 옵니다
담양 무월리 송일근씨의 '허허공방' 이야기
  김옥희(ok0306) 기자   
▲ 허허허
ⓒ2004 김옥희
평생 집 한 채 갖는 것이 소원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보자면 정말 부러울, 게다가 그 집 한 채를 자기 손 가는 대로, 자기 맘 가는 대로 지었다니 더욱 부러울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사는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옴팍 들어간 마을입니다. 달이 떠오르면 그 마을 산자락이 달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형세가 된다는군요. 그래서 그 마을 이름이 달을 어루만지는 마을, 무월리입니다. 무월리에 송일근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칭 농부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도예가라고도 부르고 토우작가라고도 부릅니다.

그의 집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좀처럼 찾기가 힘듭니다. 마을 어귀에 무월정이란 정자가 있고 정자를 지나 꾸불꾸불 들어가다 보면 옛날 외가 닮은 흙집이 나옵니다.

그의 집 가는 길에 처음에 눈에 띄는 건 텃밭에 있는 흙사람, 항아리 위에 있는 흙사람입니다. 화려하게 멋부리지 않았지만 그의 집과 마당, 텃밭을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와 이리 좋노
ⓒ2004 김옥희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랐는데, 몇 번 가다보니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의 집 주변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흙사람과 풀, 나무, 돌, 심지어 그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정말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것들"이 바로 우리의 삶과 가장 친숙한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것들에 둘러싸여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작은 행복들이 햇살 받은 모래알처럼 반짝거립니다.

그의 말대로 우리의 산천은 삐뚤빼뚤 꾸불꾸불입니다. 그런 산천에 어울리는 집을 짓고 싶었답니다. 그의 집에 들어가 보면 서까래도 주추도 삐뚤빼뚤입니다.

심지어 그가 만든 그릇도 삐뚤빼뚤입니다. 세트도 없고 똑같은 모양도 없습니다. 같은 찻잔이어도 다 모양이 다릅니다. 비뚤어진 차주전자 뚜껑이 딱 들어맞는 걸 보면 정말 신통할 지경입니다.

▲ 삐뚤빼뚤 벽
ⓒ2004 김옥희
그의 집 안에는 옛날 꼰날 이웃집 대청마루였던 것이 식탁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오래될수록 은은한 색이 나는, 정말 튼튼하기 짝이 없는 식탁입니다.

안방 한쪽에 버젓이 수도꼭지가 있습니다. 밤에 일어나 밖에 나가지 않고도 차를 끓여먹으려고 만들었답니다. 그의 아이는 그 곳에서 손을 씻기도 합니다.

맷돌은 화장실에서 디딤돌로 쓰이고 옷걸이는 뽀뽀하자고 입을 쪽 내미는 얼굴 모양입니다. 안방에서 나오다 천장을 보면 하늘이 보입니다. 방 안에 누워서 달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방과 방 사이 천장을 막지 않고 그대로 두었답니다.

집 한 채 짓는데 3년 걸렸습니다. 다른 한 채도 벌써 7년째 짓고 있답니다. 하지만 언제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농사하는 틈틈이, 그릇 만드는 틈틈이, 토우 만드는 틈틈이 집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집 몇 채를 똑딱똑딱 만드는 도시 정서로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면서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대목입니다.

▲ 자두나무 살구나무
ⓒ2004 김옥희
소나무를 직접 해와서 껍질을 깎아서 균형을 잡아 기둥을 세우고 벽도 보통 집들보다 서너 배는 두껍게 만들고 지붕도 방수라든가 단열을 강단지게 해놓고 바닥에도 솔잎, 숯을 깔고 장판에 콩기름을 직접 먹입니다. 이런 식으로 집을 지으니 7년이 걸릴 수밖에요. 그가 늘 말하던 대로 그 곳에서는 모든 것이 "시나브로 시나브로"입니다.

▲ 집 전경
ⓒ2004 박성일
▲ 얼굴
ⓒ2004 김옥희
그의 작업실 안에 가면 '그릇을 만들기 위해 아주 조금의 손을 쓰라. 그릇을 손으로 만들지 말라, 가슴으로 만들어라'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흙과 짚과 그릇과 토우들이 있습니다. 그가 만든 토우들은 입이 큽니다. 그 큰 입으로 입 찢어져라 헤벌쭉 웃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토우에 자신의 모습을 담고, 시위에 나가 구호를 외치는 농부들의 모습을 담다가 점차 농부들의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낙천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는군요. 그래서 그렇게 해맑게, 밝게, 보는 사람의 입마저도 저절로 벌어지게 웃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는 세상 모든 사람이 모두 다르듯 그릇도 모두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화려하고 예쁘지 않지만 다 다른 그릇들을 만듭니다. 그릇들에게도 생명이 있고 개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듯 그릇들도 다시 흙으로 돌아가 새 생명을 싹틔우는데 쓰여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가 만든 그릇과 토우 중에 유약을 바르지 않거나 굽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굽지 않은 토우들은 비가 오면 그대로 흙이 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러면 그는 그 흙으로 농사를 짓고, 농사짓던 흙으로 그릇을 만듭니다. 그의 삶이 흐르는 물처럼, 흐르는 바람처럼, 흐르는 불처럼, 자연의 하나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겠지요.

▲ 나무밑 토우
ⓒ2004 김옥희
해가 지면 진흙투성이의 얼굴로 돌아와 흙을 털고 몸을 씻고 앞마당에 있는 대잎을 또옥똑 따와 물에 술술 헹궈서 직접 만든 난로에 직접 만든 그릇을 얹고 덖어내서 차로 우려내 마십니다.

▲ 부엌
ⓒ2004 김옥희
고즈넉한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자식들 재롱에 웃음꽃을 피우며 마당에서 뜯어낸 댓잎을 덖어내는데, 그 냄새란 세상 어디에 비할 데 없는 냄새입니다.

게다가 그 차를 바로 우려내 마셔보면 세상에 이런 차맛이 있구나 싶습니다. 그간 우리가 먹었던 차들이 모두 가짜라는 생각이 절로 절로 나 버립니다.

그의 아내는 텃밭에 가서 당귀와 풋고추와 깻잎과 상추를 따옵니다. 그리고 집된장을 풀어 양파와 감자를 썰어놓고 매운 고추 하나 띄워서 밥상을 차립니다. 그가 어린 시절 오줌을 눈 적도 있다는 대청마루식탁에 앉아 푸릇푸릇한 밥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 대청마루식탁과 황후의 밥
ⓒ2004 김옥희
이러니 허허공방에 가면 그 누구라도 헤벌쭉거리다가 옵니다. 내내 감탄하고 신기해하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놀라다가 마지막에 밥상 앞에 앉아 실성한 사람처럼 헤벌쭉 헤벌쭉 웃게 됩니다.

오늘도 허허공방에 가서 헤벌쭉거리다 돌아왔습니다. 그의 아내는 허허공방 하늘에 뜬 별들이 곧 쏟아질 것 같다며 얼른 치마폭을 벌립니다. 거참. 허허허허.

▲ 해질녘 허허공방
ⓒ2004 김옥희

 

 

---------------------------------------------------------------------------------

덧붙이는말:

 

이분들이 최근에 단행본 책을 펴냈습니다..

한번 보시고싶은분들은 구입해 보세요~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가는 길과 주소는

주소 :전남 담양군 대덕면 금산리 401 - 0 허허도예공방

전화번호 :061-383-0855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 [우수카페]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서리태/李敏雨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