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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는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옴팍 들어간 마을입니다. 달이 떠오르면 그 마을 산자락이 달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형세가 된다는군요. 그래서 그 마을 이름이 달을 어루만지는 마을, 무월리입니다. 무월리에 송일근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칭 농부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도예가라고도 부르고 토우작가라고도 부릅니다. 그의 집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좀처럼 찾기가 힘듭니다. 마을 어귀에 무월정이란 정자가 있고 정자를 지나 꾸불꾸불 들어가다 보면 옛날 외가 닮은 흙집이 나옵니다. 그의 집 가는 길에 처음에 눈에 띄는 건 텃밭에 있는 흙사람, 항아리 위에 있는 흙사람입니다. 화려하게 멋부리지 않았지만 그의 집과 마당, 텃밭을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이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것들"이 바로 우리의 삶과 가장 친숙한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것들에 둘러싸여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작은 행복들이 햇살 받은 모래알처럼 반짝거립니다. 그의 말대로 우리의 산천은 삐뚤빼뚤 꾸불꾸불입니다. 그런 산천에 어울리는 집을 짓고 싶었답니다. 그의 집에 들어가 보면 서까래도 주추도 삐뚤빼뚤입니다. 심지어 그가 만든 그릇도 삐뚤빼뚤입니다. 세트도 없고 똑같은 모양도 없습니다. 같은 찻잔이어도 다 모양이 다릅니다. 비뚤어진 차주전자 뚜껑이 딱 들어맞는 걸 보면 정말 신통할 지경입니다.
안방 한쪽에 버젓이 수도꼭지가 있습니다. 밤에 일어나 밖에 나가지 않고도 차를 끓여먹으려고 만들었답니다. 그의 아이는 그 곳에서 손을 씻기도 합니다. 맷돌은 화장실에서 디딤돌로 쓰이고 옷걸이는 뽀뽀하자고 입을 쪽 내미는 얼굴 모양입니다. 안방에서 나오다 천장을 보면 하늘이 보입니다. 방 안에 누워서 달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방과 방 사이 천장을 막지 않고 그대로 두었답니다. 집 한 채 짓는데 3년 걸렸습니다. 다른 한 채도 벌써 7년째 짓고 있답니다. 하지만 언제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농사하는 틈틈이, 그릇 만드는 틈틈이, 토우 만드는 틈틈이 집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집 몇 채를 똑딱똑딱 만드는 도시 정서로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면서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대목입니다.
처음에는 토우에 자신의 모습을 담고, 시위에 나가 구호를 외치는 농부들의 모습을 담다가 점차 농부들의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낙천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는군요. 그래서 그렇게 해맑게, 밝게, 보는 사람의 입마저도 저절로 벌어지게 웃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는 세상 모든 사람이 모두 다르듯 그릇도 모두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화려하고 예쁘지 않지만 다 다른 그릇들을 만듭니다. 그릇들에게도 생명이 있고 개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듯 그릇들도 다시 흙으로 돌아가 새 생명을 싹틔우는데 쓰여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가 만든 그릇과 토우 중에 유약을 바르지 않거나 굽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굽지 않은 토우들은 비가 오면 그대로 흙이 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러면 그는 그 흙으로 농사를 짓고, 농사짓던 흙으로 그릇을 만듭니다. 그의 삶이 흐르는 물처럼, 흐르는 바람처럼, 흐르는 불처럼, 자연의 하나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그 차를 바로 우려내 마셔보면 세상에 이런 차맛이 있구나 싶습니다. 그간 우리가 먹었던 차들이 모두 가짜라는 생각이 절로 절로 나 버립니다. 그의 아내는 텃밭에 가서 당귀와 풋고추와 깻잎과 상추를 따옵니다. 그리고 집된장을 풀어 양파와 감자를 썰어놓고 매운 고추 하나 띄워서 밥상을 차립니다. 그가 어린 시절 오줌을 눈 적도 있다는 대청마루식탁에 앉아 푸릇푸릇한 밥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오늘도 허허공방에 가서 헤벌쭉거리다 돌아왔습니다. 그의 아내는 허허공방 하늘에 뜬 별들이 곧 쏟아질 것 같다며 얼른 치마폭을 벌립니다. 거참. 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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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이 최근에 단행본 책을 펴냈습니다.. 한번 보시고싶은분들은 구입해 보세요~
가는 길과 주소는 주소 :전남 담양군 대덕면 금산리 401 - 0 허허도예공방
전화번호 :061-383-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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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우수카페]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서리태/李敏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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