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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영시암과 오세암

하늘내린터 원장 2024. 7. 12. 08:47

저 남설악 가리봉 주억봉 너머 내설악.

백담사 거쳐 수렴동계곡가 영시암 그리고 갈래길에서 만경대와 오세암.
영시암 설봉당 도윤 큰 스님 가신지 벌써 여러해..


뭐가 그리 바쁘고 절박해서인지 기일에도 제때 찾아뵙지 못하고
겨우 지인들이 지나치며 보내주는 사진을 보며
오늘도 먼발치에서 그 하늘만 바라만 보며 그리워합니다.

하늘내린터 원장의 가슴이 스며있는곳입니다.
지금은 백담사의 말사가 되었는데 개인 사찰이었습니다.

안동김가인 저의 선대 삼연 김창집 할아버지가 조선시대 중기에 창건하신 절인데
이후 여러 국난으로 폐사되어 흔적만 있다가 20여년전 지금은 고인이되신
아버님과 같은 항렬이신 동방서예의 대가이셨던 여초 김응현 아저씨가 화주가 되어
도윤스님에 의해 재건되었습니다.

마침 제가 직업군인으로 그지역 책임 부대에서 근무했던터라서 여러해를 자주드나들며
초파일 즈음해서는 불교군종병들 데리고 주춧돌과 주변 경관을 되찾아 놓았었지요.

장마철임에도 해맑고 화사하게 피어난 아름다운 동자꽃을 보고 있노라니
성불하신 영시암 설봉당 도윤 큰 스님과 함께 그 가까이에 있는 오세암의 전설이 생각나네요.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 암자에 노스님과 5세 어린 동자승이 살고 있었습니다.

동자는 스님이 공양미를 얻으려 마을로 내려갔다가

고아가 되어 허기져 쓰러져 있는 것을 불쌍히 여겨 데리고 온 아이였습니다.
5세 동자는 스님을 할아버지처럼 따르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요.

어느해 겨울 몹시 추운 어느 날,
스님은 월동 준비에 필요한 식량을 탁발하려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동자가 따라가겠다고 칭얼대었지만
문고리에 손가락을 대면 쩍쩍 달라붙는 추운날씨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암자를 떠나서는 안 되니라.
내 빨리 일을 보고 올라올 테니 조금도 걱정하지 말아라.

스님은 그렇게 다짐을 해 두었지만, 혼자서 무서워 하고 있을 동자가 걱정이 되어

허겁지겁 겨우살이 식량을 구해 설악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폭설이 사정없이 내려 그만 산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스님은 산길을 헤매다가 위험해지자 결국 마을로 다시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동자는 스님이 내려간 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앉아서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스님을 그 혹한 추위속에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이미 곡식이 떨어져 날이 갈수록 허기져가던 동자는 폭설로 스님이 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스님! 스님! 빨리 오세요! 간절히 목놓아 울다가 지쳐갔습니다.

눈은 초봄이 되어서야 녹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마을분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황급히 눈길을 헤치며 암자로 오르다가

바위에 앉아 있는 동자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달려갔습니다.

내가 왔다! 이 녀석아, 그 동안 별일 없었느냐! 그렇게 외치면서 다가갔지만
동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동자가 자신을 기다리다가 얼어죽었다는 것을 알게된 스님은

가슴을 치며 통곡하며 슬퍼하였습니다.

스님은 동자의 시신을 거두어 바위 바로 옆자리에 곱게 묻어 주었습니다.
법당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왕생극락을 빌면 들을수 있는 그거리에 그자리였습니다.
그 해 여름, 동자의 무덤 가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자라났습니다.
해맑고 붉은 빛이 도는 순수함이 꼭 동자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암자에 올라온 사람들은 동자승의 영혼이 피어난 듯한 그 꽃을 그때부터 동자꽃이라고 불렀답니다."


동자승이 앉아 노스님을 하염없이 기다렸던 그바위가 내설악 영시암지나 갈림길에서
오세암으로 오르면 못미쳐서 그 고개마루에 있는 만경대가 아닐까
제가 어떤 특별한 사정으로 한동안 머물렀던 그자리였습니다.

20년전 하늘내린터 원장이 천직으로 알았던 직업군인생활을 접으며
이곳 하늘내린터에 제2의 인생을 펼치면서 마음다짐과 평안을 위해 그 깊은골 영시암을 찾아
스님께 밤새워 법문을 청해듣던 그때가 애닳습니다.

그때 말씀속의 가르침을 어기는 일이지만

인생 2막3장을 누가 건들지만 않으면 이렇게 살다가 그렇게 가려고 하는데

끝까지 도전하는 못말리는 상처받은 영혼들
어여 모두 해치우고 평상심으로 회복되면 찾아뵙고 향 올리겠습니다.

친구님들 소강상태 장마철 하늘내린터의 오후는 산들바람이 싱그럽네요.
풍광에 어울리는 그시절 서양노래 한곡 함께 즐기십시다.


'Caitlin   Hear the wind blow...
By Storyland video productions'

https://youtu.be/wzJp0H27V9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