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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늘내린터의 별이 빛나는 밤에..

하늘내린터 원장 2018. 11. 30. 11:27

멋진 한시(漢詩) 한수가 어울리는
늦가을 긴긴밤입니다.

深夜遠水稀 (심야원수희)
깊은밤 먼발치 고목나무 희미하고
寂廖獨空房 (적료독공방)
적적한 빈 방에 홀로 앉았으니
過去事越會 (과거사월회)
지난 일 생각나 회한만 그득하고
山外山水外 (산외산수외)
산 밖이 태산이요 물 밖이 바다로다.

九依山似雲 (구의산이운)
구의산 구름같이
望望以遠處 (망망이원처)
멀고먼곳 우리님 그리워
月明長夜孤 (월명장야고)
달 밝은 긴긴 밤이 고독하다.

夢中逢故人 (몽중봉고인)
잠들어 꿈속에서나 그님 볼수 있을까.
寤寐不忘魂 (오매불망원)
아무리 잠들려 해도 잠 못드는 이밤이네.

金剛嶺新月 (금강령신월)
금강산 고개마루 새벽달이 기우는데
左不安席起 (좌불안석기)
앉았다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앉아
易地思知行 (역지사지행)
이리 생각 저리 생각해도

傾月不斷行 (경월부단행)
지는 달 새는 밤에 잠시도 쉬지않고
長長明耕頌 (장장명경송)
길고 짧은 풍경소리
不知不音聲 (부지불음성)
소리없이 슬피 우네.

昨夜疎膝風 (작야소슬풍)
어젯밤 바람소리 유별하다.
獨臥相似夢 (독와상사몽)
홀로 누어 상사몽 훌쩍 깨어
竹窓滿開坐 (죽창만개좌)
창문 활짝열고 맥맥히 앉았으나

萬里夏雲沙 (만리하운사)
멀리먼산자락 구름이 흩어지고
然然江山新 (연연강산신)
만고강산에 찬 기운 새로와라.

成事蒼然色 (성사창연색)
세상만사 모든것이 아름답건만
遺感風情首 (유감풍정수)
내몸 휘감는 바람은 찬바람이로구나
風知與限旨 (풍지여한지)
바람이 한을 아뢰는 듯

落葉草蟲鳴 (낙엽초충명)
바람에 지는 낙엽 풀속에 우는 벌레
無心無關聲 (무심무관성)
무심히 들으면 탓할바 없건만은
九曲肝腸切 (구곡간장절)
구곡간장 맺힌 그리움 어찌하면 풀어낼꼬

一盃復一盃 (일배부일배)
한잔 해야겠네 술 부어라
復一盃一盃 (부일배일배)
잔대로 가득부어 취한후에
夕陽霜路險 (석양상로검)
석양노을속 서리길 걸어 저산마루 올라서니
萬物豊光然 (만물풍광연)
낙엽떨군 가을풍경에 만물이 소연하다.

-秋風感別曲(추풍감별곡)/작자 미상-


산높고 골깊은 하늘내린터의 늦가을밤에
별이 초롱초롱하고 은하수가 흐릅니다.

'추풍감별곡'은 서도 잡가(西道雜歌)의 하나로서
벼슬을 사고팔던 부패한 조선말기에
장필성과 백년가약을 맺었다가 기생이 된
채봉의 심정을 읊은 노래로서
소설 채봉감별곡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문장이 화려하고 구구절절이 명문미장(名文美章)이므로 노래보다 문장에 도취되어 탄복하는 사람이 많아 저도 좋아합니다.

내용은 오늘같은 가을밤에 평양 김진사의 딸
채봉이 몸종과 함께 달맞이 구경을 나갔다가 선천군수의 아들인
강필성과 마주치게 되자 당황하여 손수건을 떨어뜨린 것이
인연이 되어 사랑을 하게 되고 혼인까지 결심하게 됩니다.

한편 벼슬을 얻기위해 한양은로 떠난 김진사는 산적을 만나
모두 빼앗기고 망하여 볼모로 붙잡히는 몸이 되고
그의 딸 채봉은 아버지를
구할 양으로 관기(官妓)의 몸이 되지요.

강필성과의 달콤한 꿈은 깨어지고 평안감사의 수청들기에 여념이 없었으나,
항상 강필성에 대한 애절한 심정은 변하지 않아서
그 연모(戀慕)의 정을 '추풍감별곡'으로 지어 노래하였다 합니다.
이런 사정을 알아챈 평안감사는 채봉의 사연을 가상히 여겨
강필성과 원앙의 짝을 지어주어 해피엔딩으로 끝난 내용입니다.

그믐날이 한참 남았는데도 달은 어딜가고
칠흙같은 어둠속에 별만 가득합니다.
이렇게 산골 하늘내린터의 밤은 깊어만가네요.

친구님들 굿밤되십시요.

타인의 계절 - 한경애
https://youtu.be/02GjWR2bXlk

출처 : 하늘내린터 귀농귀촌 팜핑캠프
글쓴이 : 하늘내린터(김황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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