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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리얼 다큐,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
하늘내린터 원장
2012. 7. 19. 09:29
리얼 다큐, '전원주택에서 살아남기'!
- 베이비트리 (mizzi****) 추천 8 조회 3619 201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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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 정말 부럽다. 매일 이렇게 신선한 유기농 채소도 먹고...' '펜션같다, 니네집.. 낭만 넘치고 얼마나 좋니..'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은 이런 말, 참 많이 한다. 넓은 마당에 방이 다섯개나 있는 2층 벽돌집, 집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 각종 채소들이 자라는 텃밭에 이어져 있는 산자락, 주인을 반기는 두 마리 개들... 이런 풍경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우리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집에 살고 있다고 여기는 듯 하다. 물론 내가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런 집에 살기 위해서 감수해야 하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은 너무 모른다. 밥상에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올리기 위해서 땡볕에 풀 매고 가물어서 물 주느라 허리가 휘고 그러다 폭우 내리면 한번에 망가지는 농작물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잘 모른다. 두 마리 충실한 개들은 매일 산더미같은 똥을 싸는데 바로 바로 치워주지 않으면 온 집안에 똥파리가 날아 다닌다. 여름에는 물도 쉽게 더워져서 하루에도 여러번 시원한 물을 대령해 주어야 하고 먹이와 물 걱정에 먼 곳 나들이도 맘 놓고 못 다닌다. 풍부한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댓가로 오이 따러 갔다가 커다란 두꺼비를 마주치는 일은 예사다. 그것들은 사람이 와도 꿈쩍을 하지 않는다. 닭장이 있는 뒷 마당은 알을 노리는 청설모와 족제비, 그리고 온갖 수를 다 써서 닭장을 드나드는 팔뚝만한 들쥐들이 있다. 알 꺼내러 들어 갔다가 들쥐와 마주쳐보라. 알이고 뭐고 혼비백산 하기 일쑤다. 게다가 뒷 마당엔 이따금 뱀껍질이 발견된다. 전기 검침하러 오신 분은 뒷 마당에 있는 검침기 보러 갔다가 초록색 뱀이 화분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을 목격하고 숨 넘어가게 일러주러 오시기도 했다. 봄부터 지금까지 집 둘레에서 제거한 말벌집만 십여개가 넘는다. 그래도 어딘가에 또 집을 짓고 있는 모양인지 집 둘레를 날아다니는 말벌들이 무지하게 많다. 남편은 말벌집을 떼어 내다가 쏘이기도 했다. (다행히 별일 없었다) 집안을 돌아다니는 벌레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지금도 천정에는 아이들이 '스파이더맨'이라고 부르는 커다란 거미들 두어 마리가 붙어 있다. 가끔 위치를 바꾸기도 하는데 설마 내 머리위로 떨어지는 일은 없겠지... 하면서도 늘 머리위가 찜찜하다. 개미들이야 같이 사는거고, 초파리부터 벌만큼 큰 왕파리까지 크기도 각양각색인 파리들도 참 많다. 모기도 물론 적지 않다. 요즘은 슬슬 날개미들이 나타나고 있다. 혼인 비행을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얼마 전 오랜 가뭄 끝에 폭우가 내린 밤엔 방부목으로 데크를 깔아 놓은 2층 베란다 배수구가 낙옆들로 막혀서 물이 차는 바람에 1층 주방과 세탁실이 이어져 있는 부분으로 어마어마한 빗물이 새어 든 사건이 있었다. 새벽 1시에 나와봤더니 주방은 물바다가 되어 있었고 천정엔 그야말로 구멍이 뚫린 것처럼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작년에 대대적인 방수 공사를 했건만 오래된 벽돌집엔 또 허술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남편은 폭우속에서 팬티위에 방수복을 걸치고 손에는 전동 드릴을 들고 데크를 분해해서 배수구를 뚫는 대 공사를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호러영화 '쏘우'의 주인공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 역시 우산을 써도 스며드는 엄청난 비를 맞아가며 베란다를 채우고 있는 물이 다 빠질 때까지 계속 밀려드는 낙옆들을 일일이 걷어야 했다. 물바다가 된 부엌 바닥을 치우고 닦는 일도 허리가 휠 만큼 힘들었음은 물론이다. 주말엔 남편이 지붕에 올라가 실리콘을 치고 이음새를 막는 수리를 했다. 또 큰 비가 오기 전에 이룸이까지 데리고 밭에 올라가 감자도 캤고, 비 올 때 샜던 닭장 지붕 수리도 했다. 토사가 밀려온 집 뒤 하수구도 뚫어야 했고, 큰 비에 쓰러진 옥수수도 일으켜 세워야 했으니 비 한번 오고 나서 우리가 할 일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했을 것이다. 아파트에서 사는 내 이웃들은 우리집에 놀러와 부러워하다가도 내가 이런 얘기들을 늘어 놓으면 '역시... 나는 아파트에서 사는게 좋더라'는 말로 한 발 물러나곤 한다. 이런 집은 이따금 놀러오는 걸로 족하지, 이 집에 살기 위해 치루어야 하는 댓가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데도 이 집이 좋아? 라고 묻는다면... 그거야말로 생각할 것도 없이 '그럼!!!!'이다. 이 집에서 살고나서부터 집에 사는 사람이 진정한 집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그 집의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보살펴 주는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으면 관리사무소에 연락하고, 맘에 안 들면 언제든지 다른 집을 찾아 이사가면 그만인 공동주택에서는 이렇게 집과 긴밀하고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불편하고 힘들어도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 삶이 사람에게 주는 힘과 에너지도 적지 않다. 힘들게 함께 치우고 고친 후에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은 우리도 이 집이 있어야 하고, 이 집도 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집과 사람이 서로를 의지하며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함께 고치고, 치우고, 보살피며 사는 동안 가족도 이 공간안에서 더 가까와지는 법이다. 바쁘고 급할 때는 열살 아들과 세살 막내의 도움도 간절해진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집을 돌보고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곧 긴 장마가 올 것이다. 하수구, 배수구, 텃밭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오래 비 내리는 동안 힘도 들겠지만 온 가족이 똘똘 뭉쳐 함께 이 집을 보살피며 지낼것이다. 단독주택에서 살아남기... 쉽지는 않지만 매일이 가슴 뛰는 모험인 일상이라서 고맙다. |
출처 : 하늘내린터를 찾아 귀농귀촌하기
글쓴이 : 하늘내린터(김황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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